"키가 작은 팀들이 오히려 더 까다롭다."
모비스가 5연승 신바람을 달렸다. 모비스는 8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71대65로 승리를 거두며 기분좋은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전자랜드는 3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경기 전 만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작은 선수들이 포진한 팀들이 더 무섭다"고 밝혔다. 6일 울산 KT전, 그리고 전자랜드전 2경기가 그랬다. 양팀 모두 라인업에서 빅맨들의 영향이 크지 않은 팀. KT는 리처드슨, 전자랜드는 포웰이 공격의 핵이고, 국내 빅맨들도 함지훈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모비스로서는 높이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갈 수 있는 경기들. 하지만 유 감독은 "우리가 크면 상대가 외곽 공격을 하기 더욱 쉽다. 그래서 수비하기 훨씬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KT에 비해 전자랜드가 더욱 어려운 점에 대해 "KT는 조성민 정도가 개인기를 갖고있는 선수인데 전자랜드는 5명 모두 안쪽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라 더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KT가 장재석, 민성주 등 토종 빅맨을 기용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득점력이 좋지 않기에 까다로운 외곽 수비에 더욱 치중할 수 있기 때문.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유 감독은 경기 전 "토종 빅맨을 넣어 그 선수들에게서 어느정도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모비스와는 4명과 5명이 싸우는 경기가 된다"며 "한정원과 이정제 등이 득점에 가담해주면 경기를 수월하게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까지는 유 감독의 의중대로 경기가 풀렸다. 1쿼터 로드를 선발출전시키고, 높이가 좋은 신인 이정제를 투입시켜 상대 골밑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포웰이 들어갔을 때가 문제였다. 포웰이 들어가자 골밑 높이가 낮아지며 상대에 쉬운 골밑 득점을 내줬다. 그렇다고 포웰을 기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유도훈 감독이었다. 로드의 공격력이 너무 떨어졌다. 수비를 잘해준다고 해도, 공격을 망쳐버리니 계속 기용할 수가 없었다.
선수들의 체력이 살아있는 전반까지는 32-34로 잘 버텼다. 하지만 후반이 문제였다. 포웰을 포함한 스몰라인업이 가동되자 골밑이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함지훈과 벤슨의 연속 골밑 득점이 이어졌다. 몰론, 전자랜드 수비가 허물어진데는 양동근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3쿼터 시작하자마자 코트를 휘저으며 연속 6득점을 올렸다. 골밑 수비에 치중하던 전자랜드 수비가 양동근에게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도저도 아닌 수비 로테이션이 나오게 됐다. 양동근은 코트를 넓게 보고 골밑, 외곽에 비어있는 선수들을 잘 찾아 공을 배급했다. 모비스는 내외곽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 때부터 점수가 쭉 벌어지며 모비스가 손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유도훈 감독이 기대했던 한정원이 3쿼터에만 6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모비스에 넘어간 후였다.
반면, 모비스는 유기적인 대인방어 로테이션으로 전자랜드의 외곽 공격을 철저히 막아냈다. 유재학 감독은 1쿼터 초반 상대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하는데 빌미를 제공한 문태영을 벤치로 불러들인 후 한 번도 투입하지 않는 강수를 뒀다.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이름값에 상관없이 경기를 뛸 수 없는 팀이 모비스다. 대신 천대현이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으며 열심히 수비를 해주니 경기가 풀렸다.
유 감독은 이틀 전 KT와의 경기에서도 전반 박빙 상황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상대 골밑 힘이 떨어지면 후반 점수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전자랜드전도 똑같았다. 농구는 기본적으로 높이가 지배하는 스포츠다. "키가 작은 팀들이 오히려 더 까다롭다"는 유재학 감독의 말은 엄살이 살짝 섞인 말이 아니었을까.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