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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마침내 선동열의 그림자와 싸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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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우승 제조기' 김응용 감독(현 한화 이글스 감독), '야신(野神)'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12년 간 무려 6차례나 정상에 섰다. 바야흐로 삼성시대의 도래다.

삼성 황금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류중일 감독(50)은 이제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아울러 벼랑 끝에서 우승을 이끌어 낸 류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특별한 의미가 또 있다. 선동열 전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은 2011년, 류 감독은 첫 해에 바로 삼성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한국시리즈에서 SK를 4승1패로 누르고 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령탑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줬는데, 류 감독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코치와 감독으로 삼성을 지휘한 선 감독이 만들어놓은 전력으로 우승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오랫동안 삼성은 선 전 감독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한국 최고의 투수 출신인 선 감독은 삼성 마운드, 특히 불펜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 감독의 그림자가 워낙 짙다보니, 류 감독은 사령탑 첫 해에 우승을 하고도 상대적으로 묻혔다. 심지어 선 감독 덕분에 운 좋게 우승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좋은 선수가 많아 우승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류 감독은 거의 모든 면에서 선 감독가 비교가 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류 감독으로선 밖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에게 선 감독은 지워야할 그림자, 극복해야할 대상처럼 보였다.

그리고 2012년 삼성은 다시 정상에 올랐다. 선 감독이 지휘하던 2005~2006년에 이어 다시 2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모두가 류중일의 지도력을 다시 봤다. 그의 푸근한 리더십에 주목했다. 비로서 선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한쪽에서는 선 감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있었다. 선 감독이 팀을 떠난 지 2년이 흘렀고, KIA 지휘봉을 잡았는데도 말이다.

올 시즌 류 감독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해냈다. 이제 더이상 선 감독을 언급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에 섬세한 감각으로 마운드 운용에 능했다면, 류 감독은 소통을 중시하면서 선수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참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지도자다. 류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올 해 선 감독의 KIA는 개막을 앞두고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자원이 넘쳐났고, 우승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부상선수가 속출한 가운데 KIA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에도 뒤진 8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류 감독에게 지난 3년은 선동열이라는 그림자와 싸운 3년이기도 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