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MVP인 데이빗 오티스와 외야수 셰인 빅토리노가 1년간 정든 수염과 이별한다.
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엔 올시즌 '수염 열풍'이 불었다. 팀이 확 달라졌음을 강조하고자 대다수의 선수가 수염을 길렀다. 바닥으로 떨어진 팀 성적과 분위기를 반전시킨 데는 수염으로 한데 뭉친 선수단이 있었다. 지난해와 다른 동료애와 결속력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4일(이하 한국시각) 오티스와 빅토리노가 5일 세계적인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의 제품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해 수염을 깎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질레트 본사는 레드삭스의 연고지인 보스턴에 위치하고 있다.
오티스와 빅토리노 외에도 구단 내에서 덥수룩한 수염으로 유명해진 구단 경찰 스티브 호건과 추첨으로 뽑힌 팬 한 명이 함께 참가해 같이 수염을 밀 계획이다.
호건은 보스턴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터진 오티스의 극적인 만루홈런 때 타구를 잡으려다 불펜 위로 넘어간 디트로이트 외야수 토리 헌터를 잡지 않고, 만세를 불러 유명인사가 됐다.
수염 하면 보스턴 레드삭스가 생각날 정도로 올시즌 보스턴 선수들의 수염은 유명했다. 팀내에서 이를 계속 길러야 하나를 두고 선수들 내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산타클로스처럼 긴 수염을 자랑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수염을 기르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다. 행사에 참석해 수염을 깎기로 한 오티스와 빅토리노는 정도가 심한 편이 아니다.
포수 제러드 살탈라마키아는 월드시리즈가 한창일 때에도 "시즌이 끝나고 결혼을 앞둔 몇몇 선수들 외에는 수염을 깎을 생각이 없다"며 수염을 계속 기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가장 풍성한 수염을 자랑하는 1루수 마이크 나폴리도 "수염은 이미 내 몸의 일부"라며 계속해서 함께 하겠단 생각이다. 보스턴 구단 관계자는 기부 행사가 열린다면 수염을 깎겠다는 선수들이 있다는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