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떠난다고 치면, 마무리 투수를 새로 구하는게 급선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1일 열렸던 한국시리즈 7차전 후 우승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끈 감독이기에 뭐가 그리 급해 우승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 걱정을 하느냐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류 감독은 "감독은 항상 배가 고픈 사람"이라며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삼성은 지난 3년보다 더욱 험난한 여정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팀에 5차례 우승컵을 안긴 철벽 마무리 오승환의 해외 진출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원삼, 박한이 두 FA와의 계약도 중요하지만 어찌 됐든, 오승환이라는 투수가 빠져나간다는 자체가 삼성 전력의 큰 마이너스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류 감독이 3연패의 기쁨을 억누르면서 내년 시즌 마무리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결국 삼성은 내년 시즌 내부에서 새로운 마무리 투수를 찾아야 한다. 예비 FA들 중 눈에 띄는 마무리 투수감이 없을 뿐더러 전포지션 선수 자원이 넘치는 삼성이 마무리 투수를 구한다고 엄한 트레이드를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3가지 새로운 시나리오로 압축될 전망이다. 심창민, 안지만 중 한 사람을 붙박이 마무리로 기용하거나 외국인 선수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방안이다.
먼저 심창민이다. 현 상황 가장 유력한 후보다. 삼성 구단 내부적으로 오승환의 후계자로 심창민을 점찍어놨다는 얘기가 들린다. 신인급 투수에게 두 시즌 전부터 필승조 역할을 맡긴 자체가 구단의 기대감을 드러낸다. 구위만 놓고 보면 마무리감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사이드암으로서 140km 후반대의 직구는 오버핸드 투수 150km 중반대의 위력을 타자에게 안겨준다. 그냥 빠르기만 한게 아니다. 전성기 임창용에 비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뱀직구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공 끝이 지저분하다. 물론 약점도 있다. 성격은 털털하지만 마무리의 중압감을 이겨내기에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 직구 구위가 떨어졌을 때 타자를 상대할 변화구도 전체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내년 시즌 리빌딩 차원이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삼성의 입장에서 확신이 서지 않는 마무리 카드를 내기에는 힘든 측면도 있다.
두 번째 후보는 안지만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국내 최고의 불펜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마무리에 갖다놔도 된다. 하지만 활용도를 생각하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안지만의 최고 강점은 연투능력이다. 그리고 연투를 하면서도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대부분 마지막 1이닝씩 만을 소화하는 마무리보다, 마무리 등판 전 위기상황에서 불을 끄고 1~2이닝을 끌어주는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린다.
마지막 방안은 외국인 투수 1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것이다. 삼성은 FA 장원삼을 잡는다고 가정할 때, 윤성환-장원삼-배영수-차우찬의 토종 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투수 2명 중 1명을 선발로, 1명을 마무리로 돌려도 충분히 5인 선발진이 갖춰진다. 물론, 이는 장원삼과의 계약이 성사되고 수준급 불펜 외국인 투수가 레이더망에 걸려들어왔을 때 성사 가능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