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열풍 vs 영혼의 사랑.'
뮤지컬계의 핫시즌은 겨울이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굵직한 대작들이 잇달아 개막해 치열한 흥행 전쟁을 펼친다. 올 시즌의 중심에는 한국어 초연무대를 갖는 '위키드(Wicked)'와 '고스트(Ghost)'가 양대 '태풍의 눈'이다. '위키드'는 이미 지난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내한해 흥행대박을 터뜨려 인지도를 높였다.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고스트'는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의 후광이 만만찮다. 두 편 모두 화려한 캐스팅으로 막강한 전열을 갖췄다.
오는 22일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위키드'는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화제작이다. 런던 웨스트 엔드, 호주 등 공연된 나라의 기록을 새롭게 써왔다. 전세계적으로 31억 달러(3조 4천억원)의 매출기록을 세웠으며 38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위키드'는 명작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웠던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가 주인공으로, 우리가 나쁜 마녀로 알고 있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 받는 착한 마녀이며,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심 가득한 소녀였다는 상상력이 기발하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그리고 두 마녀가 어떻게 해서 각각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로 삶을 살게 되었는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단순한 웃음과 재미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철학을 깊이 있게 다룬다.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 내는지 말하고 싶었다"는 원작자의 말처럼 '위키드'는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관을 꼬집으며 무엇이 진짜 선과 악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등 친숙한 캐릭터들의 탄생비화도 공개된다.
한국어 초연이 확정 됨에 따라 과연 누가 초록마녀, 하얀마녀가 될 것이냐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7개월에 걸친 치열한 오디션 끝에 옥주현과 정선아, 김보경, 이지훈, 남경주, 김영주 등이 무대에 설 자격을 얻었다.
초록 마녀 엘파바 역에 옥주현 박혜나, 하얀마녀 글린다 역에 정선아 김보경이 나서고, 피에로 왕자 역에 이지훈 조상웅, 오즈의 마법사 역에 남경주 이상준, 모리블 학장 역에 김영주 등이 출연한다. 옥주현은 "처음엔 글린다에 끌렸지만 엘파바를 본 순간 그녀가 되길 꿈꿔왔다"고 했고, 정선아는 "음악만 들었을 땐 엘파바를 하고 싶기도 했하지만 글린다는 발성, 음역대, 연기,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의욕을 다지고 있다. 설앤컴퍼니와 CJ E&M이 공동 제작한다.
오는 24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여는 '고스트'는 1990년 페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영화에 삽입된 추억의 팝송 '언체인 멜로디(Unchained Melody)'는 거리 곳곳에서 퍼져나왔고, 두 주연 배우가 물레를 돌리며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두고두고 패러디되며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뮤지컬 '고스트'는 원작자 브루스 조엘 루빈이 다시 대본을 맡고, 매튜 워춰스가 연출을 맡아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그뒤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영국 투어와 호주, 네덜란드, 한국 등 해외 프로덕션을 진행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이 유령인 만큼 마술과 영상을 활용한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영혼이 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름답게 구현해낸다. 첨단기술을 동원했지만 그것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순박한 사랑이다.
역시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최강의 캐스팅이 탄생했다. 주인공 샘 역에 주원, 김준현, 김우형, 여주인공 몰리 역에 아이비(박은혜), 박지연이 나선다. 코믹한 영매 오다메 역에 최정원, 정영주, 악역 칼 브루너 역에 이창희, 이경수 그리고 병원 유령역에 성기윤 등이 출연한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배우는 주원이다. 뮤지컬을 통해 데뷔한 뒤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7급 공무원' '굿닥터' 등을 톱스타 반열에 오른 그가 4년 만에 선택한 복귀작이 바로 '고스트'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디션에 나서 빠른 이해력과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스태프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협력 연출 폴 그리핀은 "세계 여러 곳을 돌며 오디션을 보았지만 한국 배우들의 실력은 영국과 미국 배우들에 비교해도 단연코 손색이 없다"고 극찬했다.
국내 협력연출로 한진섭, 음악감독 박칼린 등 최고의 스태프들이 나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제작 신시컴퍼니.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