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떨린다. 그게 자연스러운거다. '가을 초보'가 유독 많은 LG 선수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의외의 모습이 연출됐다. 꽤 많은 선수들이 "별로 떨리지 않는다"고 태연히 말했다. 류제국과 오지환도 그 중 하나. 하지만 떠느냐 안 떠느냐를 판단하긴 살짝 이른 시점. 연습 때가 아니라 실제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에 결정된다.
후배 응원차 LG 라커룸을 찾은 가을잔치 베테랑 최동수는 "지금(경기 시작 전까지)은 아직 몰라요. 얘들이 의외로 담담하다고 하는데, 정작 몸 풀고 수비하러 나가보세요. 완전 다르다니까요"라며 초짜들의 긴장은 당연지사라고 설명했다.
두산 이원석도 "우리보고 지쳤다고 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답답한 경기를 했다고 하는데, LG 선수들은 얼마나 떨리는지 직접 해봐야 할 거에요. 전 넥센하고 경기하는 동안 수비하는 내내 1회부터 9회까지 엄청 긴장하고 있었어요"라며 LG의 핸디캡에 포커스를 맞췄다.
LG 유격수 오지환도 가을잔치 첫 경험 선수. 그는 경기 전 "이상하리만큼 떨리는 게 없어요. 페넌트레이스 한 경기 준비하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유경험자 논리를 종합하면 경기 시작 직후 바로 '콩닥콩닥' 모드로 달라질 수 있는 큰소리. 하지만 허언이 아니었다.
오지환은 0-2로 뒤진 1회초 2사 만루에서 두산 최재훈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해 1루주자 오재원을 2루에서 포스아웃시켰다. 2사 후라 중견수 쪽으로 빠져 나갔더라면 추가 2실점이 됐을 뻔한 상황. 경기 시작 직후 흔들리던 류제국이 가까스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던 시점. 추가 2타점은 LG 1선발 류제국을 와르르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1차전 결과를 떠나 시리즈 전체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장면. '강심장' 오지환의 온 몸을 던진 호수비가 LG를 살렸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