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제17회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21일 태국 라차부리의 찻차이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4위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13-25, 17-25, 25-21, 25-23, 15-11)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번 대회는 자존심 회복이 달린 무대였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궈냈던 한국 여자배구는 지난해 9월 아시아배구연맹(AVC)컵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올해 그랑프리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3위로 마치면서 일본과 중국 외의 2개국에게 주어지는 내년 그랑프리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월드 클래스' 김연경과 '미친 디그' 김해란
'월드 클래스' 김연경없이는 불가능했던 성과였다. 런던올림픽을 통해 세계 최고의 여자배구 선수로 자리매김한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아시아 여자배구의 최고의 별이었다. 특히 중국과의 3~4위전에선 김연경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전위에서는 팀 공격의 대부분을 처리했다. 후위로 물러서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무엇보다 오른쪽 어깨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홀로 33득점을 폭발시켰다. 김연경은 득점(172득점) 서브(세트당 0.63개)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선수들의 믿음이 통했다. 5세트를 앞두고 '날 믿고 공을 올려달라'고 말했는데 이것이 잘 통한 것 같다. 나 혼자 만들어낸 승리가 아닌 선수들 전체가 하나가 돼서 만들어낸 승리"라고 강조했다.
리베로 김해란(도로공사)의 '미친 디그'도 동메달 획득의 원동력이었다. 김해란은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리시버(성공률 38.82%)와 디그 2위(세트당 2.15개)를 기록, 리베로상을 품에 안았다. 특히 주장 한송이(GS칼텍스)와 함께 팀 내 최고참으로서 평균 연령 23.6세의 젊은 피들을 잘 이끌었다.
▶이젠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가야 한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전력은 역대 최강급이다. 1984년생인 최고참 한송이 김해란부터 1996년생인 세터 이다영(선명여고)까지 신구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젊다고 해서 경험이 부족하지 않다. 런던올림픽 4강 신화 멤버가 5명이나 포함돼 있다. 여기에 올시즌 국내 V-리그와 내년 그랑프리를 통해 한층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듯하다. 남은 1년간 신흥강호 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메달 레이스 경쟁국들의 전력 분석과 협회의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