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소속팀 오릭스 버팔로스는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은 팀이다. 구대성과 이승엽 박찬호가 거쳐갔고, 이대호가 현재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스즈키 이치로를 배출한 팀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성적과 팬 인기도는 일본 프로야구 12개 팀 중 최하위권이다.
오릭스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 연속,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으로 B클래스(4~6위)에 머물렀다. 2000년대 들어 2008년 딱 한 해를 빼고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연속으로 꼴찌를 했고, 2007년과 2009년, 2012년에 다시 바닥을 때렸다. 1996년에 재팬시리즈에서 4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정상 근처에 가보지 못했다.
사실 최근 10년 간 성적을 보면 우승 보다는 탈꼴찌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었다. 성적이 안 좋다보니 당연히 감독 교체도 잦았다. 2002년 이시게 히로미치 감독 이후 현재의 모리와키 히로시 감독까지 최근 10년 간 9명의 지도자가 사령탑에 올랐다. 그러나 누구도 팀을 바꿔놓지 못했다.
오릭스는 지난해 9월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을 해임하고 모리와키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 출신인 이토이 요시오 등을 영입하는 등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한때 3~4위를 유지하기도 했던 오릭스는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았으며, 꼴찌로 추락했다.
올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오릭스. 그런데 시즌 막판 오릭스가 힘을 내고 있다. 오릭스는 21일 세이부 라이온즈를 9대6으로 꺾고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니혼햄 파이터스를 6위로 끌어내렸다. 시즌 두번째 4연승이었다.
오릭스 탈꼴찌의 주역은 이대호. 그는 이날 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모리와키 감독이 "오늘은 이대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오릭스가 4연승을 하는 동안 이대호는 매경기 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15타수 7안타 타율 4할6푼7리을 기록했고, 10타점을 뽑았다. 주축 타자다운 맹활약이다.
다른 어떤 선수보다 팀 성적에 신경을 쓰는 이대호다. 오릭스는 16게임을 남겨두고 있고, 6위 니혼햄과의 승차는 0.5경기에 불과하다. 3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7경기를 뒤지고 있어 1~3위가 나서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은 어렵지만 만년 꼴찌팀의 멍에를 벗어 던져야 한다. 물론, 공격의 핵인 이대호의 활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대호는 21일 현재 타율 3할7리(7위) 23홈런(6위) 83타점(공동 5위)을 마크하고 있다. 이대호는 올해로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종료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릭스는 이대호측에 2년 간 7억엔을 제시할 예정이며, 한신 타이거즈와 소프트뱅크도 이대호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년 간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분명한 것은 이대호의 활약이 두드러질 수록 그의 몸값이 올라가고 오릭스의 탈꼴찌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