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철퇴'를 꺼내들었다. 프로축구연맹의 승부조작 선수 징계 경감안에 불가 방침을 세웠다.
협회는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제2차 이사회를 열고 승부조작 선수 징계 경감을 포함한 다섯 가지 주요 안건을 논의했다.
'뜨거운 감자'는 역시 승부조작 선수 징계 경감안이었다. 연맹이 불을 지폈다. 지난달 11일 정기 이사회에서 승부조작 영구제명 징계선수 가운데 일부 선수의 징계를 경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상은 영구제명 및 보호관찰과 봉사활동(300~500시간) 이행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었다. 또 영구제명 징계선수 가운데 가담 정도가 경미한 '단순 가담' 분류 선수 5명을 보호관찰 1년 및 봉사활동 대상자로 전환시켰다. 이 결과, 최성국을 포함해 어경준 권 집 장남석 염동균 등 18명에게 남아있는 보호관찰 기간을 절반 이상 경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훈 김수연 김범수 이중원 이명철 등은 보호관찰 기간 동안 500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할 경우 징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당시 연맹은 "승부조작 영구제명 선수들이 보호관찰 기간을 모두 채우고 복귀할 경우 사실상 선수로 활동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맹의 상위 기관인 협회의 결정이 남아있었다.
이같은 연맹의 결정은 여론의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한국축구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든 승부조작이 발생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징계 경감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경감 대상에 승부조작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최성국이 포함돼 논란이 가중됐다. 최성국은 2년 전 언론 앞에서 승부조작과 무관하다고 발뺌한 뒤 스스로 검찰에 자진출두해 죄를 자백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승부조작의 전 단계인 불법 베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던 탓에 '제2의 승부조작'도 의심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협회는 연맹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연맹의 승부조작 감경 요청안을 승인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협회의 결정은 징계 감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에 근거했다. 승부조작과 같은 도덕적 해이가 재발할 여지를 남기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안기헌 협회 전무이사는 "지금 승부조작 선수 징계 경감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 협회는 징계 조정이 필요한 선수들을 선별했다. 연맹의 징계감경 요청안 중 법원으로부터 금품수수는 인정되나 승부조작 무죄를 선고받은 김지혁 박상철 임인성 주광윤 등 4명의 징계에 대해서는 조정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 추후 연맹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곽영철 징계위원장은 "여론의 동향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수렴했다. 또 이사들의 대다수가 승부조작 경감안을 승인하지 않기로 한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