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오더라고요."
김인완 대전 감독은 몇일간 불면의 밤을 보냈다. 열대야 때문이 아니다. 15일 서울전 석패에 대한 아쉬움 컸다. 대전은 서울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지다 이강진 황진산의 연속골로 2-2까지 만드는 투혼을 발휘했다. 마무리만 잘했다면 18경기 무승행진(7무11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그만큼 대전의 경기력은 빛났다. 그러나 후반 48분 고요한에게 골을 허용하며 '서울극장'의 희생양이 됐다. 대전 선수들은 종료 휘슬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김 감독도 고개를 숙인채 경기장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아쉬운 패배인만큼 후유증이 상당했다. 김 감독은 "잊으려고 해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 서울전서 승점 1점이라도 얻었으면 팀이 제대로 상승세를 탈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한동안 잠이 안오더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분위기상 우리가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선수들 모두 아쉬움에 말문이 막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만큼 다시 해보자고 했다"며 분위기 추스르기에 나섰다. 대전은 18일 오전까지 선수단에 휴식을 줬다.
최하위 대전(승점 11·1승8무14패)은 현재 후유증에 시달릴 여유가 없다. 올시즌 전체 농사를 좌우하는 강원, 대구와의 2연전이 남아 있다. 13위 강원(승점 15·2승9무11패)과 12위 대구(승점 16·3승7무12패·17일 현재)는 강등권 라이벌이다. 무승부도 안된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패한다면 승점이나 분위기면에서 강등이 유력해진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13, 14위가 강등하고, 12위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1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김 감독은 19일 인천과 홈경기를 치르는 강원의 전력을 직접 탐색했다. 김용갑 감독 부임 후 달라진 강원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서울전에서 어느 팀과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 결과는 아쉽지만 여전히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며 "강원, 대구전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잘 알고 있다. 준비를 잘해서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