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서 밥상을 차려줬는데…."
LG와 한화의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린 16일 잠실구장.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훈련 시간 한화 김용용 감독이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다 얘기해주겠다"고 말하며 취재진과 함께 15일 경기를 복기했다. 한화는 전날 경기에서 초반 3점을 내준 열세를 극복하고 4-3으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7회 상대에 3점을 내주며 4대6으로 아쉽게 패했다. 다잡은 대어 LG를 눈앞에서 놓친 경기였다.
평소, 패한 경기더라도 크게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이날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두 장면을 콕 꼬집었다. 첫 번째는 5회초 역전 당시의 상황. 4회 2점을 내며 2-3으로 추격한 한화는 5회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상대 1루수 문선재가 2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한화에 기회를 제공했다. 일단, 역전에는 성공.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불펜이 약한 팀 사정상 도망가는 점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선발 우규민에 이어 등장한 LG 정현욱의 벽에 가로막혔다. 4-3 역전에 성공하고 이어진 1사 2, 3루의 찬스에서 이대수와 정범모가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김 감독은 "상대가 그렇게 실책을 하며 이기라고 밥상을 차려준 경기는 이겨야 했다. 희생플라이로 한 점만 더 났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아쉬워했다. 1점을 더 냈다고 치자. 4-3과 5-3 스코어가 무슨 큰 차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상황에서 깔끔하게 추가점이 났다면 한화 덕아웃에는 상승세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었고, LG 덕아웃에는 찬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LG가 대위기를 무실점으로 넘어서자 완전히 반대가 됐다. 뒤지고 있는 LG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대목이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장면은 7회 박정진이 2사 1, 2루 위기에서 상대 이진영에게 싹쓸이 2루타를 내줬던 장면. 당시 박정진은 볼카운트 0B2S으로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확실한 볼로 유인하라는 사인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한가운데로 실투가 들어가고 말았다. 김 감독은 "실투를 던진 투수도 문제지만 확실하게 빠져않지 못한 포수도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7회 위기를 맞는 장면 역시 좋지 않았다. 바뀐 투수 김광수가 선두타자 손주인을 잘 잡아놓고 다음타자 윤요섭에게 허무하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어쩔 수 없이 박용택을 맞아 박정진을 냈는데 그런 박정진이 다시 한 번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버리니 코칭스태프로서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