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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월드컵 vs 아시안게임 스케줄 딜레마,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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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년 뒤의 얘기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16년 만의 농구월드컵 진출. 그런데 공교롭다. 인천 아시안게임 일정과 너무 밀착돼 있다. 딜레마가 생길 수 있는 문제다.

농구월드컵은 내년 8월30일 스페인에서 열린다. 9월15일까지 계속된다. 농구월드컵은 본선리그 탈락팀 뿐만 아니라 8강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팀들도 끝까지 경기를 치러야 한다. 순위 결정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곧바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농구 예선은 9월19일부터 시작된다.

약 나흘간의 휴식일밖에 없는 셈이다. 이동일까지 고려하면 2~3일의 휴식밖에 취할 수 없다.

남자농구의 입장에서 두 대회 모두 엄청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일단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에 오르면서 한국농구의 부활의 기틀을 마련했다. 16년 만의 세계무대 진출이다. 미국, 스페인 등 NBA에 뛰는 선수들과 함께 기량을 겨룬다는 엄청난 볼거리도 생긴다. 따라서 침체된 한국농구의 부흥을 위해서는 농구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여줘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일단 홈에서 열린다. 아시아 정상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아시아권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수많은 편파판정이 있었다. 하지만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이상 더 이상 판정의 불리함은 없을 전망.

게다가 젊은 선수들의 병역혜택도 걸려있다. 금메달을 따면 순조롭게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한창 전성기의 나이에 프로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농구가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 우승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이란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을 쉽게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중국, 레바논, 대만, 필리핀 등도 어려운 상대들이다. 그러나 중동권 국가들은 아시안게임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은 1.5군을 보냈다.

농구월드컵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아시안게임에서는 1.5군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그친 중국은 전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무너진 자존심을 정예멤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문제는 우리의 준비다. 이번 대회에서 KBL(한국농구연맹)과 KBA(대한농구협회)의 지원은 전무했다. 제대로 된 전력분석관도 없었고, 제대로 된 연습파트너도 구하지 못했다. 한 농구관계자는 "세계적인 농구강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최소 6개월 정도의 A대표팀 프로젝트를 세운다. 하지만 우리는 대표팀에 대한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은 사령탑 선임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공식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내년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사령탑을 맡을 각오를 하고 있다. 유 감독의 소속팀 모비스 관계자들도 "내년까지는 유 감독님이 대표팀 사령탑이 된다는 가정 하에 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때문에 KBL과 KBA는 내년 아시안게임까지 최대한 빨리 공식적인 사령탑 선임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KBL과 KBA는 함께 만든 국가대표 운영위원회(예전 국가대표 협의회)가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은 "실제적으로 대표팀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전력분석관과 대표팀 운용에 관한 장기 프로젝트 등이 전혀 갖춰지지 못한 이유다.

차기 대표팀 사령탑을 중심으로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 그리고 유스 대표팀 시스템까지 통합해야 한다. 한 농구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이 한국농구 부흥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점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입증됐다. 대표팀의 전반적인 시스템 자체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유망주를 키우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중 어떤 대회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다. 두 대회를 모두 1진으로 파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대표팀 상비군 체제의 확립이 중요하다. 1, 2진 시스템을 갖추고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시간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프로-아마 최강전을 시작으로 10월부터 6개월간의 시즌이 시작된다. 실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4개월 정도밖에 없다. 지금부터 대표팀의 장기프로젝트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스케줄 딜레마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