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한국영화 판이다.
극장가의 가장 큰 성수기인 여름방학 시즌에 한국영화가 스크린을 모두 점령했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를 비롯해 14일 동시에 개봉한 '감기'와 '숨바꼭질'까지 모두 한국영화다. 보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로봇이나 히어로들이 구름 관객을 모으던 여느 시즌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설국열차'는 누적관객 700만을 훌쩍 넘기며 1000만을 향해 달리고 있고, 하정우의 '더 테러 라이브'는 4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설국열차'보단 작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영화임을 입증했다. 기대를 모은 '감기'와 '숨바꼭질' 역시 개봉 첫날 2주간 박스오피스를 호령했던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를 뒤롤 하고 각각 30만, 29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한마디로 박스오피스 1위부터 4위까지 한국영화가 싹쓸이를 했다.
'슈렉' 제작진이 만든 애니메이션 '터보'는 1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달팽이보다 조금 빠른 흥행속도를 냈을 뿐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이스 에이지'를 만든 20세기폭스사가 야심차게 여름방학에 맞춰 공개한 '에픽:숲속의 전설'은 14일 일일관객 3만 명 동원에 박스오피스 5위지만, 누적관객 50만명이란 다소 초라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8월 내내 한국영화와 견줄만한 할리우드 대항마가 전혀 없는 상태였던 셈이다.
당분간 이같은 한국영화 점령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기'와 '숨바꼭질'이 호평 속에 개봉을 해 좋은 반응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는 박스오피스 3, 4위로 밀리긴 했지만 스테디셀러마냥 꾸준히 관객을 부르고 있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반격 선봉자인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과 'R.I.P.D.:알.아이.피.디.'는 22일 개봉으로, 아직까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진 못한 상태다. 특히 'R.I.P.D'는 미국 시장에서 3000만달러(약 335억원)란 초라한 흥행 성적을 거두며 막을 내렸던 작품이라 흥행 기대치가 높지 못하다. 다만 미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나우 유 씨 미'는 1억1547만달러(약 1291억원)의 흥행까지 거둔 작품이라, 할리우드의 자존심을 세울 유일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나우 유 씨 미'에 좋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함에도 국내에 티켓 파워가 있는 할리우드 스타가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이 같은 추세면 '설국열차'를 시작으로 '더 테러 라이브', '감기', '숨바꼭질'로 이어지는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 4편이 8월을 한국영화의 달로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