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더위와의 전쟁을 펼치는 곳이 있다. 바로 경주마들이 기거하는 경마공원이다.
경주마들은 태생적으로 더위에 약하다. 매순간 훈련의 연속인 경주마들이 느끼게 되는 체감더위는 상상 이상이다. 실전경주에 나서거나 그에 버금가는 강도의 훈련을 한 뒤의 경주마들은 많게는 20㎏ 이상 체중이 빠진다.
▶더위엔 뭐니 뭐니 해도 수영
경주마들이 더위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물'이다. 경주마들은 말 전용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하지만 단순한 물놀이는 아니다.
경주마 전용 수영장에선 경주마들의 거친 숨소리가 연신 터져나온다.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은 1400m의 경주로를 전력질주 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 소비가 따르게 된다.
수영훈련의 주된 이유는 경주마의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경주마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인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 경주마에게 무리가 될 수 있는 경주로 훈련의 양은 다소 줄이고 대신 수영훈련으로 부족한 훈련량을 보충한다.
▶경주마는 다리가 생명! 다리에 각종 팩을
경주마는 발목이 매우 가늘어 여름철에 훈련을 무리하게 할 경우 얇디얇은 발목부위에 열이 많이 발생한다. 경주로 훈련을 마친 경주마들에게는 다리 부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석고팩이나 황토팩 등을 해준다. 팩을 사용하기에 앞서 다리에 오른 큰 열을 잡기 위해서 얼음마사지가 선행된다. 얼음마사지는 특수하게 제작된 얼음부츠를 사용하거나 얼음이 담긴 수통에 다리를 통째로 넣는 경우도 있다.
▶보양식은 필수 옵션
경주마들도 보양식을 챙겨먹는다. 과거 지네와 뱀같은 특별 보양식은 거의 없어졌다. 최근 발달된 경주마 사료가 워낙 좋은 영양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도 꾸준히 애용되는 보양식은 있다. 여름철엔 워낙 땀을 많이 흘리기에 미네랄을 사료에 별도로 첨가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또 각종 비타민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도록 해 경주마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돕는다. 여기에 홍삼이나 인삼가루, 발아된 보리 등도 여름철 주로 활용되는 경주마의 보양식이다.
이밖에 찜통이 되는 마방에는 직경 3m짜리 초대형 선풍기가 천정에 설치돼 열기를 식혀준다. 선풍기의 바람방향은 한쪽으로 집중돼 마방의 공기가 한시라도 체류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빼냄으로써 악취도 없어지고, 모기나 각종 해충의 발생도 막을 수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한여름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경주마들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경주마 수영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