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가 살아났다.
1무3패의 부진에 빠졌던 제주는 최근 3경기 무패행진(2승1무·FA컵 포함)을 달리며 상승세를 탔다. 1~7위에게 주어지는 그룹A행 티켓 확보에도 청신호를 켰다. 제주 부활에는 수비수 홍정호(24), 미드필더 윤빛가람(23), 공격수 이진호(29)가 중심에 있다.
▶대표팀 보약 먹고 돌아온 홍정호
제주는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은 안정된 수비다. 3경기서 2승1무를 거두는 동안 한골도 먹지 않았다. 그 전 4경기에서는 무려 8골을 실점했다. 제주의 수비가 달라진데는 홍정호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홍정호는 2013년 동아시안컵에서 돌아온 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제주의 수비를 이끌고 있다.
홍정호는 5월 8일 건국대와의 FA컵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4월 29일 경남전에서 윤신영의 태클에 쓰러진 후 1년만의 복귀였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수비진에 부상선수들이 속출하며 출전시간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제주의 실점수는 늘어났다. 부상 트라우마가 남아있었다. 움추린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홍명보호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 자신감이 리그 경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 감독은 "홍정호가 대표팀에 다녀온 뒤 자심감이 붙은 모습이다. 그의 부활로 수비진 운영에 여유를 갖게 됐다"며 웃었다.
▶'마침내 골' 윤빛가람
윤빛가람은 올시즌 제주 성공의 열쇠였다. 박 감독은 지난해 탄탄했던 미드필드진 변화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윤빛가람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의 기량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진형-윤빛가람 더블 플레이메이커 체제가 제대로 가동한다면 목표로 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딸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박 감독의 신뢰속에 꾸준히 출전시간을 늘렸지만, 공격포인트가 나오지 않았다. 간간히 천재적인 패스가 나왔지만, 꾸준하지는 않았다. 박 감독은 "공격포인트가 나오면 더 살아날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마침내 데뷔골이 터졌다. 윤빛가람은 7일 인천과의 FA컵 8강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트렸다. 10일 강원전에서는 송진형의 골을 도우며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윤빛가람은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는 공격포인트였다"며 기뻐했다. 박 감독도 "윤빛가람의 활약이 살아날 수록 우리의 플레이가 살아난다. 확실히 전보다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제주맨' 이진호
'저니맨' 이진호는 여름이적시장 동안 최원권과 맞임대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제주는 몸싸움과 결정력이 뛰어난 이진호의 영입으로 공격진 보강에 성공했다. 올시즌 대구에서 한골도 넣지 못한 이진호는 제주 이적을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스스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인 임대 기간으로 남기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기회가 주어졌지만 100%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서동현의 부진과 함께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주포' 서동현이 좀처럼 제기량을 찾지 못하자 박 감독은 이진호를 주전 공격수로 낙점했다. 마라냥과 호흡을 맞춘 이진호는 멋진 활약으로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강원전에서는 2개의 도움을 올리며 팀의 4대0 대승을 이끌었다. 박 감독은 "이진호의 활약으로 서동현 부진의 근심을 덜었다. 골까지 터트려준다면 100점 만점에 만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