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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방패 녹인 37도 찜통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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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게임 차 1,2위 삼성-LG의 맞대결이 펼쳐진 13일 대구구장. 절정의 폭염이 그라운드를 덮쳤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 기온은 무려 섭씨 37도. 그늘에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말 그대로 살인적 더위였다. 게다가 인조잔디의 복사열이 겹쳐 경기 전 대구구장은 거대한 찜통을 방불케 했다. 반바지 차림으로 훈련을 하던 삼성 선수들의 온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햇살을 여과 없이 맞이해야 하는 LG의 1루측 덕아웃의 고통도 심했다. 피할 곳 조차 없는 사각지대. 선수들은 훈련 도중 짬짬이 라커 안에 들어가 숨을 돌렸다. 그나마 상황은 좋지 않았다. LG 선수들은 "라커에 에어컨 한대가 없어 덥다"며 고통을 호소. 경기 시작 직후까지 수은주는 33~34도를 맴돌았고 인조잔디 지열은 여전히 뜨거웠다.

이런 날, 가장 괴로운 사람은 양 팀 투수였다. 평소보다 훨씬 힘겨워하는 모습. 삼성 좌완 에이스 장원삼은 초반을 버티지 못했다. 활발한 타선 지원을 지키지 못하고 2⅔이닝만에 3점 홈런 포함, 8피안타 9실점(8자책)한 뒤 3회 2사후 백정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9실점은 장원삼의 프로 데뷔 후 최다실점이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도 다음 등판으로 미뤄야 했다.

37일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LG 선발 주키치 역시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말 시작하자마자 배영섭 박한이에게 2루타와 적시타를 허용하는 등 1회에만 2실점했다. 2회에도 불안한 흐름은 이어졌다. 선두 타자 진갑용을 안타로 출루시킨 뒤 배영섭 최형우 이승엽에게 각각 적시타를 내주며 3실점을 더했다. 결국 주키치는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긴 4⅔이닝 만에 10피안타 9실점(8자책) 후 큰 아쉬움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9실점 역시 주키치의 최다 실점이다.

열기를 방출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야수도 집중력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1회 LG 권용관의 땅볼 타구를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더듬다 악송구로 2루까지 보내면서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2회 2사 만루에서도 박용택의 병살타성 타구를 김상수가 1루에 높게 던져 안줘도 될 점수를 내줬다. LG도 마찬가지. 1회말 무사 2루에서 박한이의 적시타 때 송구 실책으로 타자주자를 2루까지 보내며 추가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1회 공격 때 2루주자 권용관도 빠진 견제를 뒤늦게 본 뒤 3루로 내달리다 태그아웃되는 주루사를 범하기도 했다. 5회말 2사 2,3루에서는 조동찬의 2루타성 타구를 잘잡은 3루수 정성훈이 1루에 악송구를 범하며 2실점했다. 1루수 문선재와 충돌한 타자주자 조동찬은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들것에 실려나간 뒤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대구구장을 덮친 폭염 속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경기. 양 팀이 자랑하는 지키는 야구가 더위 속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던 날이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