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을 받았던 호주전이 딱 나흘 지났다. "최강희호와 다를 것 하나 없었다"며 또 한 번 무득점 무승부에 그친 홍명보호를 질타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이에 덧붙일 수 있는 말은 그저 '긴 호흡'을 갖고 바라보자는 것뿐이다. '뚝딱' 두들겨 팀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요술봉은 축구판 그 어디에도 없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홍명보 감독은 윤일록 외 모든 필드 플레이어를 바꾸는 강수를 두었다. 하루 전 파주에서 펼쳐진 훈련 내용을 토대로 예상했던 선발 라인업이 모조리 틀린 셈.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테스트에 무게를 실어 더 나은 팀으로 변모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터다.
경기를 논하기 전, 중국과 호주의 차이점에 대해 짚어보자. 선수의 몸 상태나 동기 부여 면에서 누가 더 단단했느냐는 것이다. 호주는 지난 4월 A리그를 마친 뒤 휴식기를 거치며 감각이 덜 올라온 상태였고,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 경기 내내 홍명보호의 공격 연계를 허용했다. 중국 역시 상당 시간 아래에 머물렀는데, 여기엔 수동적으로 밀려나기만 했다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내려가려는 전략적인 의도도 담겨있었다. 최전방-최후방 라인을 3~40m 이내로 좁힌 이들은 앞선의 몇몇 선수를 활용해 꾸준히 꾸준히 노렸다. 여기에 태국에 당한 1-5 완패의 정신적인 자극도 있어 어쩌면 호주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였다는 생각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무득점에 그쳤다. 그런데 '무득점'의 성격이 지난 호주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호주전엔 골만 안 들어간 공격을 했으나, 중국전은 공격 자체가 제대로 안 된 경기였다. 우선 수비형 미드필더 및 플랫 4에서 제공하는 볼 배급부터 그리 썩 좋지 못했다. 특히 박종우-한국영 조합의 터프함이 바탕이 된 수비적인 적극성, 상대 공격의 맥을 짚는 커팅은 괜찮았던 편인데, 앞으로 뻗어가는 패스의 질은 하대성-이명주와 비교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다고 이용이 여러 이유 탓에 울산에서만큼 높이 올라가 원투패스를 이끌어낸 것도 아니었으며, 장현수의 볼 운반 능력을 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마냥 이 선수들의 잘못으로만 볼 수도 없는 건 볼을 받기 위해 공간을 창출하는 앞선 공격진의 움직임이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염기훈-윤일록-조영철이 나선 1.5선. 소집 전까지 24일 동안 7경기(최근 세 경기 풀타임)를 소화하며 배터리에 빨간 불이 들어온 윤일록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소속팀 서울 혹은 지난 호주전에서 봤듯 원톱 바로 아래보다는 측면에서 뛰며 중앙으로 들어오는 역할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훌륭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폭넓은 움직임으로 전진 패스를 받고 상대 중앙 미드필더-수비 사이 공간을 파괴할 탈압박 능력은 아직 아쉬운 게 사실이다. 염기훈은 열심히는 움직여줬으나 겉도는 느낌이 강했으며, 조영철은 조금 더 도전적인 시도를 하지 못해 볼 처리가 늦었고 파괴력이 반감됐다. 확실히 처음 맞춰보는 조합인 데다 뒷 선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유효한 전진 패스를 제공받는 빈도가 호주전보다 현저히 떨어져 마음처럼 잘 풀리기가 어려웠다.
원톱 서동현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상대 중앙 수비를 등지고 받을 수 있는 패스 자체가 많지 않기도 했으며, 그 적은 기회 중 1.5선의 공격력을 배가시킬 연계 플레이를 거의 끌어내지 못해 다른 공격수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또, 직접 득점을 노린 장면에서도 한 방을 터뜨리질 못했다. 후방에서 최전방까지 좋지 못했던 홍명보호의 공격력은 이승기가 들어간 뒤 조금 풀린 듯했으나,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울산 김호곤 감독으로부터 '김신욱 사용 설명서'를 건네받지 못한 채 줄곧 공중볼 패턴이 반복됐고, 측면에서의 돌파력에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는 고무열의 장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두 번의 평가전을 거치며 많은 구상을 했을 홍명보 감독이 한일전에는 어떤 무기를 갖고 나올까. 일본전만큼은 시원한 골 '꼭' 한 번 보고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