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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 이후 사라진 용병 트레이드, 정말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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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는 철저히 '계산적'이다. 애지중지 키우거나, 공 들여 영입한 선수를 내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고, 트레이드 이후에도 그 결과가 꾸준히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언젠가부터 트레이드 시장을 차갑게 얼어 붙었다. 과거와 달리 활발하지 않다. 트레이드에 열려 있는 일부 구단을 제외하곤, 선수 교환에 인색해졌다. 그만큼 팀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기에 모기업 윗선의 관심 또한 커졌다. 소위 말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과에 대한 역풍을 맞느니, 그저 현상태를 보전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래도 올시즌엔 유니폼을 갈아 입은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기존 팀과 달리 선수 본인이 이적 후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와중에 여전히 성사되지 않는 트레이드가 있다. 바로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다. 지난 2005년 리오스가 포함된 2대1 트레이드 이후 8년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용병 3명 보유' NC의 등장, 외인 트레이드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트레이드 마감일은 오는 31일. 아직 거래가 성사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트레이드 마감일 당일이 되서야 성사되는 대형 트레이드도 많았다. 순위 판도를 뒤흔들 만한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상황이 달라진 이유는 분명하다. 1군 데뷔시즌을 치르고 있는 NC가 그 중심에 있다. NC는 신생팀 특전으로 외국인선수를 3명 보유하고 있다. 세 명 모두 선발투수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사실 최근 들어 외국인선수 트렌드가 '무조건 투수'로 바뀌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더 어려워졌다. 쓸 만한 투수 구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

또한 한국 야구가 세밀한 '현미경 야구'로 발전하면서 조금만 허점이 있어도 공략당하는 상황이 됐다. 과거엔 더블A에서 트리플A 수준의 투수도 충분했다면, 이젠 빅리그와 트리플A 경계선상에 있는 투수를 원한다. 수준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외국인선수의 성공 확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높아진 눈높이에 좋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자연히 트레이드가 힘들어졌다.

NC는 처음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부터 긴 이닝을 책임져줄 수 있는 '이닝이터형 투수'를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그 결과 아담과 찰리, 에릭 모두 어느 정도 선발로 연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 성적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한국무대에서 어느 정도 통한다는 검증이 됐다.

타구단으로선 매력적인 카드다. NC는 당장 올시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1군에 첫 선을 보인 올해는 적응기다. 외국인선수를 통해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타팀의 확실한 유망주나 주전급 선수를 받아올 수 있다면, 분명 '남는 장사'다. 게다가 외국인선수를 구하기 힘든 시장 상황에서 일정 수준 검증된 NC의 외국인선수들은 군침을 돌게 만든다.

▶'선 퇴출, 후 영입' KIA와 삼성의 초강수

기존 구단 중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는 구단은 많다. 그 중에서도 삼성과 KIA는 24일 외국인선수 1명씩을 웨이버 공시했다. 아직 대체 외국인선수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선 퇴출, 후 영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 더 나아가 우승을 바라는 구단이기에 성적을 내기 위한 조치다. 가능성이 없는 선수는 과감히 버리는 벼랑 끝 전술을 택했다.

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복수의 구단이 이미 오래 전부터 대체 외국인선수를 알아보고 있지만, "데려올 만한 선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올슨을 퇴출시키고 핸킨스를 영입한 두산 만이 교체에 성공한 상태다.

현재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괜찮은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다리는 시기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9월 확대 엔트리 때 기회를 잡길 원한다. 한국행은 선수 본인에게도 '모험'과도 같다.

여기에 지금 시점에서 외국인선수를 교체할 경우, 성적을 원하는 팀이란 걸 에이전트는 물론 선수 본인도 잘 안다.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에게 끌려가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구단은 다음달 15일 안에 계약을 마쳐야만 대체선수를 포스트시즌에 내보낼 수 있다. 순식간에 '갑'에서 '을'의 처지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한다.

▶느긋한 NC, '제2의 리오스'는 나올까?

이런 상황에서 NC 외국인선수들의 주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만약 삼성이나 KIA와 협상 테이블이 열린다면, 이미 넘겨 줄 외국인선수가 없는 두 팀이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반면 NC는 여유로워진다. 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키치를 안고 가겠다"고 선언하며 웨이버 공시를 외면한 LG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트레이드로 선수를 맞바꾸면 된다. 외국인선수를 교체한 두산이나, 유먼과 옥스프링이 선전하고 있는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팀 모두, 가능성은 있다.

NC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느긋한 자세다. 다만 상대는 좋은 투수를 원한다. 상대가 원하는 투수들은 당연히 NC가 내년 시즌에도 함께 데려가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생긴 1998년 이후,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는 총 4건 있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삼성이었다. 2001년 12월 20일, 내야수 브리또와 투수 오상민을 받으면서 SK에 무려 6명의 선수를 내주는 6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검증된 타자였던 브리또는 이듬해 25홈런 90타점을 올리며,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2002년 7월엔 SK가 퇴출이 확정된 에르난데스를 비롯해 외야수 윤재국, 내야수 박남섭(이후 박준서로 개명)를 롯데에 내주면서, 전반기 롯데에서 잘 던지던 좌완 매기와 외야수 조경환을 받는 3대2 트레이드를 했다. 하지만 매기는 SK 유니폼을 입은 뒤 2승3패 평균자책점 6.23에 그친 뒤 한국을 떠났다.

두산은 두 차례나 트레이드로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2003년 7월 9일 투수 최용호와의 1대1 트레이드로 전년도 다승왕(19승) 출신 키퍼를 영입했다. 하지만 키퍼는 부진한 성적과 불성실한 태도로 정확히 1년 뒤인 2004년 7월 퇴출됐다.

브리또를 뛰어넘는 성공사례는 2005년 7월 11일 두산 유니폼을 입은 리오스다. 전년도 1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리오스는 내야수 김주호와 함께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은 반대급부로 좌완 유망주 전병두(현 SK)를 내줬다.

좌완 파이어볼러를 내주는 출혈이 큰 트레이드였지만, 결과적으로 두산이 웃었다. 그해 15승을 거둔 리오스는 2006년 12승을 올린 뒤, 2007년엔 22승으로 다시 한 번 다승왕을 차지했다. 이후 일본에서 약물 파동을 일으키긴 했지만, 역대 외국인선수 트레이드 중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과연 나쁜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에서 '제2의 리오스'가 나올 수 있을까. 순위권 판도를 뒤흔들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될 지 주목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