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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폭소 담긴 홍명보호 입소 3색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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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 역대 A대표팀 소집 드레스 코드였다. 선수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옷을 입을 수 있었다. 티셔츠와 청바지 패션이 주를 이뤘다. 주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선수 본인이 편하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몇몇 선수들은 취재진을 의식했다. 깔끔한 트레이닝복으로 멋을 냈다. 여기엔 용품 스폰서가 연결돼 있다. 스폰서는 옷과 용품으로 간접 광고 효과를 노렸다.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2013년 7월 17일, A대표팀 입소 드레스 코드는 다름아닌 '정장'이었다. 최초 시도였다. '국가대표 육성소' 파주NFC를 출입할 때는 반드시 정장 상, 하의와 타이, 와이셔츠, 구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홍명보 신임 감독의 발상이었다. 복장부터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의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정장'에 익숙치 않은 선수들의 드레스 코드는 각양각색이었다.

▶사연있는 겨울 정장 스타일

축구 선수들은 1년에 정장을 입을 일이 많지 않다. 결혼식, 연말 시상식 등 기껏해야 2~3차례다. 그라운드 안에선 유니폼을, 밖에선 트레이닝복을 주로 입는다. 이렇다보니 정장 구매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한다. 이날 파주NFC에도 '단벌 신사'들이 등장했다. 골키퍼 정성룡(수원) 이명주 고무열(이상 포항) 등이었다. 이들은 뜨거운 여름, 겨울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정성룡은 "정장은 겨울용이라 조금 덥다"며 웃었다. 정성룡은 주로 연말 시상식 때 정장을 입기 때문에 여름 정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쳤다. 단정해 보이진 않았다. 이에 대해 정성룡은 "넥타이가 짧아서 어쩔 수 없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고무열과 이명주의 겨울 정장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둘이 정장을 구입한 이유는 같다. 연말 시상식을 위해서였다. 고무열과 이명주는 각각 2011년과 지난해 K-리그 신인왕 후보였다. 그러나 고무열은 당시 광주 소속이던 이승기(전북)에 밀려 신인왕을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이명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아픔이 있는 겨울 정장을 입은 탓인지 고무열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땀을 뻘뻘 흘렸다.

대표팀 단복 스타일도 있었다. A대표 경력이 있는 이범영 박종우(이상 부산) 김신욱(울산)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4일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6차전을 위해 출국하기 전 맞췄던 대표팀 단복을 입었다. 깔끔한 회색 여름용 정장이었다. 박종우는 바지 밑단을 접었다. 그는 "바지 밑단이요? 일부러 접어 입은 건데요. 패션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이번 기회에 정장을 마련한 케이스도 있다. 김동섭(성남)은 "성남 시내 백화점에서 정장을 한 벌 구입했다"고 했다.

▶넥타이 빌리고, 매듭법 몰라

이번 복장 지침에는 넥타이도 포함돼 있었다. 선수들의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홍정호(제주)는 넥타이가 없어 박종우에게 빌렸다. 상하의 콤비 정장을 입고 나타난 홍정호는 "넥타이가 없어서 종우에게 빌렸다. 오늘도 워스트 드레서로 꼽힐 것 같지만, 마음 편하게 먹고 왔다"며 농을 던졌다. 넥타이 매듭법을 모르는 선수도 있었다. 고무열과 이명주였다. 고무열은 "(이)명주와 내가 넥타이 매듭법을 잘 몰랐다. 어쩔 수 없이 호텔 직원에게 부탁했다"며 멋쩍어 했다.

▶정문부터 숙소동까지 350m 도보 이동 진풍경

홍 감독은 복장 뿐만 아니라 이동 동선도 통일시켰다. 기존 개인차량을 이용, 정문을 통과해 숙소동 앞에서 하차하던 모습을 지웠다. 정문 출입구에서 모두가 하차해야 했다. 부득이 자가 운전시에도 대로변에 주차하고 입소해야 했다. 이어 숙소동까지 약 350m는 도보 이동이다. 진풍경이었다. 선수들의 동선에 따라 미디어 믹스트존 위치도 재조정됐다. 정문에서 80m 떨어진 거리에 마련됐다. 선수들은 모두 인터뷰를 마친 뒤 숙소까지 남은 270m를 걸어가야 했다. 선수들은 "마음이 새롭다"고 입을 모았다. 염기훈(경찰)은 "떨렸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성룡도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동안 길지 않은 거리지만 대표선수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대성(서울) 역시 "이 길을 걸어들어오는 것이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느꼈다. 대표선수로서 마음가짐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파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