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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에 정상 내준 월화극, 부진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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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극이 깊은 침체에 빠졌다. 시청률 10%에 간신히 턱걸이 하기만 해도 1위를 할 정도다. 연거푸 드라마들을 물먹인 KBS1 '가요무대'가 진정한 승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15일에도 '가요무대'가 월요일 밤을 평정했다. 3주째다. '가요무대'는 전국 기준 11.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MBC '불의 여신 정이' 5회는 10.6%를 기록했고, KBS2 '상어' 15회는 10.5%를 기록하며 0.1% 차이로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SBS '황금의 제국' 5회는 9.5%로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1, 2위와의 시청률 차이가 고작 1% 안팎에 불과했다.

16일에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불의 여신 정이'가 11.8%로 소폭 상승했고, '상어'는 시청률이 떨어져 9.8%를 나타냈다. '황금의 제국'은 9.7%로 전날과 큰 차이 없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다들 시청률이 고만고만해서 순위를 따진다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해 보인다. 세 작품 모두 방송가에서 주목받은 기대작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은 꽤 의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와 '황금의 제국'은 지난 1일 동시에 시작됐다. 흥행 요소는 충분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불의 여신 정이'는 아역배우들의 풋풋한 로맨스 연기로 화제몰이를 톡톡히 했다. 훗날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이 되는 유정(아역 진지희)과 그런 유정을 사랑하는 광해(아역 노영학)의 티격태격 첫 만남은 '해를 품은 달'을 연상케 했다.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인 분원을 배경으로 한 볼거리도 풍성했다. '황금의 제국' 역시 돈과 권력을 둘러싼 치밀한 사건 전개와 손현주, 고수 등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첫 방송 이후에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해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았던 '추적자-더 체이서' 팀의 신작다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러나 월화극 3파전이 치열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방송 초반부 대결 양상은 싱겁기만 하다.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도 없고, 크게 뒤쳐지는 작품도 없다. 날씨가 궂으면 야외 활동이 줄어서 시청률이 올라가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도 월화극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듯하다. 두 신작보다 먼저 방송을 시작한 '상어' 역시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관계자들은 중복된 장르에 대한 피로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불의 여신 정이'의 경우, 전작이 같은 사극인 '구가의 서'였고, '구가의 서' 전에도 사극인 '마의'가 방송됐다. MBC 월화극은 거의 1년 가까이 사극만 방송하고 있는 셈이다. 또 '불의 여신 정이' 직전엔 '구암 허준'이 방송되고, 수목극엔 KBS2 '칼과 꽃'이 있다. 사극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황금의 제국'과 '상어'의 경우엔 극의 내용은 엄연히 다르지만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평이다.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으로 승부한다는 점도 같다. 정극을 선호하는 시청층이 둘로 나뉘다 보니 시청률 상승이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아직 낙담하긴 이르다. '불의 여신 정이'는 문근영, 이상윤, 김범, 서현진, 박건형, 이광수 등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닮은꼴 외모 덕분에 아역에서 성인으로의 전환이 꽤 매끄러웠고,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좋아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매력도 돋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장금'이나 '바람의 화원'처럼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주인공 정이가 사기장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도자기에 관한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그려지고 그로 인해 조선 도자기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진다면 극적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금의 제국'에게도 반등의 기회는 열려 있다. 이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해 '추적자'의 경우엔 시청층이 겹친 MBC '빛과 그림자'가 종영한 이후 시청률이 급상승해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최종 4회 만을 남겨둔 '상어'의 종영 이후를 기대해 볼 만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