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마운드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전망이다. 어떤 면에서는 전반기와 완전히 다른 식의 투수진 운용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목적은 단 하나, 선두권 재도약을 위해서다.
올 시즌 전반기, KIA는 극심한 우여곡절을 경험했다. 에이스 윤석민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반에 아예 엔트리에 합류하지도 못했고, 개막 직후에는 FA로 영입한 공격의 선봉장 김주찬이 손목 골절상으로 이탈했다. 이를 시작으로 신종길과 이용규 양현종 등이 부상을 경험했다. 마무리를 맡았던 앤서니가 보직해임되는가 하면, 우천 취소 경기도 9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그러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결국 '우승 후보'라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를 간신히 5위(36승32패2무)로 마감했다. 선동열 감독은 "역시 마운드가 가장 문제다. 후반기 성적을 내려면 마운드가 안정돼야 한다"며 반격의 열쇠를 마운드에서 찾고 있다.
마운드, 즉 팀 투수진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 감독의 오랜 특징이다. 공격력도 중요하지만, 팀이 진짜 좋은 성적을 내려면 투수력이 앞서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선 감독은 후반기에 팀 마운드의 대대적인 변화까지도 고려중이다.
일단, 선발로테이션이 변할 가능성이 크다. 후반기는 전반기에 비해 더 불규칙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8월 둘째주부터는 종전의 3연전 체제가 아니라 2연전씩 끊어가는 경기가 많다. 물론 9개구단 체제의 휴식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라면 5선발 체제가 사실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우천 취소등의 변수가 8월에도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선 감독은 구위가 뛰어난 3~4명 정도의 투수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그런데 이 방법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가장 큰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에이스 윤석민이 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다행히 윤석민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 17일 광주 한화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구위가 살아나며 자신감도 부쩍 회복된 모습을 보여줬다. 윤석민 스스로도 "오늘의 이 느낌을 잊지 않고,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할 정도로 고무적인 승리다.
이런 추세가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진다고 보면 윤석민과 김진우 그리고 외국인 선수 소사가 로테이션을 지키게 된다. 더불어 6월말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진 양현종의 복귀 시점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양현종이 언제 돌아오느냐, 그리고 돌아와서 이전만큼의 뛰어난 구위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양현종이 복귀 후 건재를 과시한다면 윤석민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KIA는 윤석민-양현종-김진우라는 강력한 토종 선발 3인방을 갖게 된다. 여기에 강속구 투수 소사까지 있다면 선발의 힘은 어느 팀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이들 4명을 모두 선발로 쓸 수도 있고, 이중 1명 정도를 일정에 따라 불펜으로 돌릴 여지도 있다.
결과적으로 서재응과 임준섭 등은 불펜에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 서재응이나 임준섭을 선발로테이션에 남겨두는 것은 투수력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취약한 불펜의 힘으로 돌리는 게 낫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변수는 앤서니다. 현재 앤서니는 2군에 내려가 선발 전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첫 번째 자체 청백전 등판에서는 3이닝 동안 3안타로 3실점했다. 아직 구위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앤서니는 원래 선발을 했던 투수다. 만약 앤서니가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인다면 1군 마운드가 또 재편될 수도 있다.
혹은 다시 마무리 복귀를 구상할 수도 있다. 앤서니 대신 마무리를 맡겼던 송은범이 계속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앤서니의 구위와 자신감이 다시 살아나고, 송은범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앤서니가 전격적으로 마무리에 복귀하지 말란 법도 없다.
결과적으로 KIA 마운드는 수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채 올스타 휴식기에 접어든 셈이다. 과연 휴식기 동안 선 감독이 어떤 형태로 후반기 투수진 운용법을 결정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