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자가 들어맞았다.'
프로야구 10구단을 준비중인 KT가 전폭적인 아마야구 지원책을 발표했다.
KT는 지난 16일 대한야구협회(KBA)와 공동으로 아마야구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갖고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굴지의 기업이 아마 스포츠 발전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게 그리 생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KT는 하키, 사격, 축구국가대표팀 등 스포츠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KT는 현재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작업에 전념해도 여력이 없을 시기다. 이제 스포츠단 사무국 체제를 갖췄고, 앞으로 초대 감독 선임 등 선수단을 꾸려나가야 한다.
내년 2군리그에 진입해 리허설을 한 뒤 2015년 1군리그 참가까지 준비하려면 눈돌릴 겨를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불쑥 아마야구 지원책이 튀어나왔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프로야구계에서는 "10구단을 준비하는 것만 해도 재정, 인력 투입 측면에서 정신없을 시기이다", "10구단 출범 이후 여유를 갖고 해도 될 일을 서두른 이유는 뭘까"라며 궁금증을 제기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KT 스포츠단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시의적절하게 3박자가 맞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3박자'는 이병석 KBA 회장의 강렬한 의지, 10구단 유치과정의 약속, 신규 수익사업 모델 창출이었다.
이석채 KT 회장은 아마야구 지원에 나서게 된 가장 큰 동기에 대해 "아마야구를 중흥시켜야겠다는 이병석 회장의 강렬한 의지와 문제의식이 있었고, 여기에 공감되지 않았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제21대 수장으로 이 회장을 맞은 KBA로서는 의미있는 사업이 필요했다. 대다수 경기단체가 그렇듯 수장이 바뀌면 뭔가 다른 일을 한다는 평가를 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추억 속에 묻혀 침체기를 맞고 있는 아마야구 중흥이었다. 4선 국회의원이자 국회 부의장인 이병석 회장은 이번 19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지만 18대 시절에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었다.
평소 얘기가 통하던 이석채 회장과 접촉해 간곡하게 권유한 끝에 이같은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병석 회장의 구상은 이석채 회장의 생각과도 통했다.
이석채 회장은 "사실 10구단을 유치할 때 최대 쟁점은 현재 고교야구 기반으로 10개 구단이 존속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이 논리는 10구단에 회의적인 쪽에서 주로 제기했다. 그래서 KT는 10구단 유치 과정에서 내놓은 청사진에 장기적인 아마야구 발전 기여 공약을 포함시켰다.
때마침 이병석 회장의 구상이 10구단 유치 공약을 실천하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장기 공약인 만큼 당장 실천하지 않아도 됐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이왕 지킬 약속은 빨리 지키는 게 낫다. 기회가 왔을 때 잡자"고 판단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이석채 회장은 "이번 MOU가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야구 중흥 작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키면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정책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스트림코리아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가능성도 바라봤다. 유스트림코리아는 KT가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다. 유스트림은 미국에 본사를 둔 뉴미디어(온라인 방송 서비스) 기업이다. 각종 콘텐츠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최대 네트워크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KT로서는 갓 출범한 유스트림코리아의 수익사업 발굴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국내 고교야구 독점 중계를 전 세계에 서비스하면서 광고 등 각종 부가수입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단다. 과거 미국 ESPN이 기존 지상파가 주요 스포츠 중계를 독점하던 시기에 홀대받던 미국 대학농구(NCAA)와 손잡은 뒤 NCAA를 세계적인 스포츠 콘텐츠로 키우면서 거대 방송사로 성장한 사례를 추구하고 있다.
고교야구라는 콘텐츠는 새로운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틈새시장인 것이다. 결국 미디어 콘텐츠 유통 전문가인 김진식 유스트림코리아 대표는 "KBA와의 제휴를 통해 향후 새로운 뉴미디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보고를 했고, 이석채 회장은 흔쾌히 지원을 결심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