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건설사들 중 두산, 한라, STX, 극동, 남광토건 등 상당수가 재무구조 악화로 모회사와 그룹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건설회사 재무구조와 계열사 위험 이전 가능성' 자료에서 12개 건설사 중 6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분석대상 건설회사 중 다수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사실상 자금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유상증자, 영업양수, 자산매각, 자금대여, 담보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두산건설은 최근 3년간 계열사로부터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2010년에는 두산메카텍 합병, 2011년 유상증자로 1조원 이상을 조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또다시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 약 1조원을 추가로 지원 받은 것이다.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지원으로 신용하락 초래
결국 두산건설의 부실은 모회사 두산중공업의 신용하락과 평가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두산건설 유상증자 참여 계획이 알려진 뒤 두산중공업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두산건설의 부실이 두산중공업의 신용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2년 말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지분법 평가손실은 -4903억원이며,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94.37%나 하락한 147 억원에 그쳤다.
두산건설은 올해 유상증자 발표 당시 더 이상 그룹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선언했으나 마지막 지원이라고 믿기에는 지난 3 년간 두산그룹의 행보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한라건설에 대한 만도의 지원은 그룹의 부실 확대 뿐 아니라 계열사 소액주주의 피해, 편법 의혹까지 받고 있다. 만도의 100% 자회사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출자한 것은 공정거래법 및 상법 위반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마이스터의 한라건설 출자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요건에 해당하게 되자, 만도는 마이스터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이는 상호주 의결권제한 규정이 유한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법적 미비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라건설에 대한 계열사의 무리한 지원과 편법 의혹은 만도의 주가하락과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만도 지분 1.77%를 보유한 소액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마이스터를 상대로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임시주총소집, 경영진 고발 등 민형사상 소송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STX건설, 그룹 해체위기로 확장
STX건설과 극동건설은 건설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해체위기로 확장된 사례이다.
STX 계열사들은 STX건설 보유 주식 매입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 핵심 계열사의 부실이 겹치면서 대부분 계열사가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을 추진 중이다.
STX건설의 2005~2009 년 전체 매출 대비 계열사 매출비중은 평균 89%에 달했으며,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행위로 판단,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업 불황 이후 STX건설의 재무상황은 악화돼 2011 년부터 2 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부채비율은 610%, 2012년에는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 그룹 차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STX건설은 올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계열사 역시 STX건설에 대한 투자와 지급보증 등으로 인해 손실을 입게 되었다.
웅진그룹 역시 2007년 극동건설 인수 후 출자 및 자금대여, 연대보증 등 계열사 지원을 계속해 왔지만 이는 웅진홀딩스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분석대상인 대기업집단 건설 계열사의 부실이 모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위기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부실 건설회사에 대한 계열사의 지원이 각종 편법, 불법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