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도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다. 부상이 또 문제다."
도대체 KIA와 부상의 악연은 언제쯤 끝이 날까. 최근 수 년간 KIA는 번번히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무릎을 꿇곤 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이끌던 2011년에는 전반기까지 1위를 하다가 후반기에 이범호와 최희섭 등이 아프면서 결국 4위로 쳐졌고,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에는 아예 초반부터 김상현 이범호 최희섭이 줄부상을 겪은 끝에 4강에 실패했다. 오죽하면 올해 KIA 선동열 감독은 시즌 목표 중 하나로 "부상자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라는 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 목표는 결국 허망한 기대로 사라지는 듯 하다. 시즌 초부터 계속 부상자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김진우가 어깨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더니 개막 직후에는 김주찬이 다쳤다. 이어 신종길도 5월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올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양현종과 부동의 리드오프 이용규가 한꺼번에 다쳤다. 두 선수 모두 복귀에 한 달 가량 걸리는 꽤 큰 부상이다.
두 선수가 다친 것은 모두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 때였다. 양현종은 7회말 삼성 김상수에게 동점 솔로포를 얻어맞는 과정에서 오른쪽 옆구리를 다쳤다. 다음날인 29일 정밀검진 결과 우측 늑간 근육 손상으로 2~3주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양현종은 이날 곧바로 1군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이용규마저 이 경기에서 슬라이딩을 하던 중 다친 왼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30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KIA 코칭스태프는 이틀 정도 휴식을 준 뒤에 엔트리 제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이용규는 29일 경기에 제외됐다.
하지만 하루를 쉬고 난 뒤에도 왼쪽 무릎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릎 인대가 손상된 것이다. 결국 선 감독은 30일, 이용규의 1군 엔트리 제외를 결정하고, 외야수 이준호를 대신 1군 엔트리에 불러올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용규는 괜찮을 것으로 여겼던 선 감독은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를 쉬었는데도 통증이 계속돼서 어쩔 수 없이 재활군으로 내려보냈다. 인대를 다친 것 같은데, 아마도 양현종이 돌아올 때쯤이나 돼야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양현종이 돌아오려면 한 달 정도 걸릴 전망이다. 결국 KIA는 7월 한 달을 양현종과 이용규 없이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한창 순위 싸움에 박차를 올려야 할 시기에 에이스와 리드오프가 빠지면 전력이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선 감독의 고민과 걱정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선 감독은 "도대체 왜 이렇게 부상자가 자주 생기는 지 모르겠다"면서 "일단은 김선빈과 신종길을 상황에 따라 1번 타자로 기용해야 할 것 같다. 외야 수비라인은 나지완과 김주찬 신종길이 책임지게 된다"고 향후 이용규가 없는 상황에서의 팀 운용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어쩌면 7월이 KIA에는 '잔인한 달'이 될 지도 모르겠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