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 6월30일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까지 말했다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계절인 것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6월을 마치는 소감을 묻자 표정까지 일그러뜨리며 이같이 밝혔다. 염 감독은 "초보 감독이지만, 이번 달에는 정말 힘들었다. 8연패도 해보고 감독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반성한 점도 많다"고 말했다.
넥센은 6월8일 목동 KIA전부터 21일 목동 NC전까지 8연패를 당하는 등 6월 한 달간 4할을 밑도는 승률을 기록하며 레이스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선두 경쟁을 펼치던 삼성과의 격차가 벌어졌고, LG, 롯데, KIA 등과 2위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염 감독은 이같은 부진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나도 모르게 승부처에서 급하게 생각해서 기본 원칙을 어기는 경우가 있었다. 선택과 결정은 어차피 감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6월에 부진했던 것은 모두 내 잘못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경기를 그르친 적도 있었다. 지난 15일 잠실 LG전에서는 2루심의 오심으로 에이스 나이트를 내고도 대패를 당했고, 지난 21일 목동 NC전에서는 2루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득점 기회를 놓치며 1대4로 패했다. 둘 모두 8연패 기간 동안 발생한 일이었다. 게다가 일부 선수들의 사생활 문제가 터지면서 팀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염 감독은 7월을 코앞에 둔 시점, 희망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적어도 더이상 추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전력적인 부분에서는 외야수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뚜렷하게 좋아질 것은 아니지만, 문우람이 들어오면서 외야진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대로 넥센은 이택근 장기영 유한준 오 윤 등 한정된 외야 자원으로 레이스를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 문우람이 주전 경쟁에 합류하면서 가용 자원에 여유가 생겼다. 이날 경기전 문우람이 지나가자 염 감독은 "우리 복덩이, 오늘도 잘해"라며 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했다.
염 감독은 7월 목표에 대해서는 "넥센이라는 팀은 순위가 의미가 없다.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승률 5할에서 지금 9경기가 플러스인데, 적어도 전반기까지는 그 숫자를 9개, 10개로 유지했으면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염 감독은 "다만 내야수들은 고정된 멤버들만 출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건창이 부상으로 빠져 5명이 내야를 봐야 하는데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며 "경기에 빠질 수는 없으니 훈련때 좀 쉬라는 말을 한다. 이렇게 더운데 괜히 훈련 시간에 체력을 뺄 필요는 없다. 그래서 7월에는 비가 좀 많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기도 했다.
페넌트레이스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시즌 전 돌풍의 중심으로 꼽힌 넥센은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순위 싸움을 흥미롭게 이끌고 있다. 염 감독은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