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5선발의 시련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선발이던 유창식이 극심한 제구력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간 사이 3선발 김혁민은 피홈런에 연신 고개를 떨구고 있다. 투수가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회수가 빈번하면 폐해는 심각해진다. 김혁민은 29일 열린 대전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2-2로 맞선 5회초 1사 1,2루서 박병호에게 동점 스리런홈런을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 132㎞짜리 슬라이더가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면서 홈런으로 연결됐다. 김혁민의 올시즌 17번째 피홈런이다. 전체 투수중 가장 많은 수치다. 피홈런 2위에 오른 NC 외국인 투수 아담(11개)보다 6개나 많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팀내 에이스인 나이트가 지난 27일 목동 SK전에서 1회에만 3점홈런 2개를 허용한 것에 대해 "볼카운트가 불리하다 하더라도 투수의 스트라이크는 항상 낮은 존에서 형성돼야 한다. 높은 스트라이크존의 공은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장타로 연결될 확률이 아주 높다"며 투수의 낮게 깔리는 제구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박병호의 홈런도 김혁민의 높은 공을 공략해 나온 것이다.
김혁민은 기복이 심한 대표적인 투수로 꼽히는데,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 홈런을 집중적으로 허용하는 경향이 있다. 올시즌 3개 이상의 홈런을 내준 경기가 3차례나 된다. 특히 지난 6월7일 인천 SK전에서는 4개의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5월8일 창원 NC전, 6월2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각각 3개씩 홈런포를 얻어맞았다. 당연히 홈런으로 인한 실점이 너무도 많다. 올시즌 홈런 17개를 맞고 기록한 실점이 32개나 된다. 1점홈런 8개를 비롯해 2점짜리 4개, 3점짜리 4개, 4점짜리 1개를 각각 허용했다. 자신의 올시즌 실점 59개중 홈런에 의한 것이 54.2%나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균자책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날 현재 김혁민은 5.74의 평균자책점으로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30명중 최하위에 처져 있다. 팀동료인 이브랜드가 5.68로 29위다. 치솟는 평균자책점은 '홈런 공장장'의 숙명이나 다름없다. 김혁민은 피안타율이 2할6푼5리로 30명중 15위로 중간수준인데, 실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관리능력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김혁민이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평균자책점이 3.97인 아담의 경우 11개의 홈런 가운데 주자가 있을 때 허용한 것은 3개 밖에 안된다. 반면 김혁민은 절반이 넘는 9개가 2점짜리 이상이다.
올시즌 김혁민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한 번 밖에 하지 못했다. 홈런 허용을 최대한 줄인다면 이 수치는 더욱 높일 수 있다. 김혁민은 지금까지 통산 82개의 홈런을 내줬는데, 지난 2009년 허용한 24개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피홈런 기록은 2009년 한화 안영명이 맞은 34개다. 그 역시 제구력이 썩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시즌 절반 정도를 소화한 시점에서 17홈런을 허용한 김혁민은 최다 피홈런 기록의 주인이 되지 않으려면 결국 제구력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