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는 최근 자신의 연장 계약 협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불편을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ESPN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 주말 '다저스와 커쇼가 역대 투수 최고 수준인 총액 2억2500만달러 규모의 계약 협상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보도하면서 커쇼의 대박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에 대해 커쇼는 "우리의 대화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보도로)사람들이 나의 계약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다. 구단에서 먼저 공개를 했으니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계약 이야기를 한다는게 참으로 불쾌하다"며 언론에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다저스 구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커쇼의 장기계약 협상 사실은 엄청난 뉴스임에 틀림없다. 특히 류현진의 동료로서 둘이 어느 정도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을 것이냐도 국내팬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년 계약을 맺은 류현진이 적어도 2018년까지는 다저스 소속으로 뛰게 되는데, 커쇼가 그 이후까지 계약을 연장한다면 류현진의 절친이자 경쟁자로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쇼는 지난해초 1900만달러에 2년 계약을 해 올시즌이 끝나면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 커쇼는 이미 지난 2011년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풀타임을 뛰기 시작한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이 확실시 돼 보이기 때문에 역대 최고액 계약을 한다는게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올해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다승 경쟁에서 밀릴 뿐이지,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 탈삼진 등 각종 기록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커쇼는 FA가 되려면 내년 시즌을 마쳐야 한다. 다저스는 그 이전 장기계약으로 묶어 그가 FA 시장에 나가는 것을 원천 봉쇄한다는 입장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고 계약액은 디트로이트의 저스틴 밸런더가 지난 3월 맺은 7년간 1억8000만달러이다. 물론 커쇼는 그 이상의 대우를 원하고 있다. 이같은 협상 사실은 이미 다저스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올초부터 조심스럽게 보도해 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제 타자들 못지 않게 투수들도 최고 연봉을 놓고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시대가 됐다. 지난 2008년 12월 C.C 사바시아가 뉴욕 양키스와 7년간 1억6100만달러에 계약하며 역대 투수 최고액 기록을 세운 뒤로 잠잠했던 투수 몸값 시장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시애틀의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7년간 1억75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리며 다시 고조됐고, 한 달 뒤 벌랜더의 초특급 대박이 터지면서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르난데스나 벌랜더와 달리 커쇼가 협상 과정의 외부 공개를 상당히 꺼린다는 점이 이채로운데, 그의 에이전트가 10년전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를 10년간 1억8900만달러, 2010년 필라델피아 라이언 하워드를 5년간 1억2500만달러의 돈방석에 앉게 만든 케이시 클로스라는 점도 주목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