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오랜 파트너를 버렸다. 대신 새로운 '손'을 선택했다.
최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에 가졌다. 스포트라이트는 최 감독의 파트너에 쏠렸다. 늘 함께 하던 인물이 아니었다. 최 감독은 경기 하루전 기자회견에 늘 베테랑들을 데리고 나왔다. 주장 곽태휘(알 샤밥)가 주요 손님이었다. 곽태휘가 없을 때는 이동국(전북)이나 이정수(알 사드)가 최 감독 옆에 있었다. 베테랑들의 기를 살려주는 동시에 팀의 중심임을 재확인해주는 절차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21세의 팀막내 손흥민(함부르크)이 최 감독의 옆에 앉아있었다. 한국은 3승2무1패(승점 11)로 우즈베키스탄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골득실차에서 앞선 살얼음판 1위다. 우즈베키스탄전 결과에 따라 조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최 감독은 베테랑을 버리고 막내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었다. 최 감독으로서는 손흥민의 힘이 필요했다. 그동안 손흥민은 A대표팀에서 중용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최강희호에서 아직 한 차례도 선발출전하지 못했다. 최전방에서는 이동국에게 밀렸다. 측면에서는 이근호(상주)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었다. 최 감독도 손흥민의 능력은 인정한다. 손흥민은 2012~2013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2골로 득점 랭킹 9위에 올랐다. 하지만 A대표팀의 색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A대표팀의 공격력이었다. 특히 레바논전에서 A대표팀이 골대를 3번 맞히는 졸전 끝에 1대1로 겨우 비겼다. 축구팬들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손흥민을 A대표팀 주전이 아닌 후보로 대우하는 것에 큰 불만을 내비쳤다. 최 감독으로서는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공격력을 끌어올릴 방법으로 '손흥민 선발'외에는 없었다. 최 감독은 "지난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이 짧은 시간 나섰지만 골을 넣으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내일 경기에 선발로 나선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동시에 비장한 각오도 밝혔다. 최 감독은 "내일 경기는 말이 필요없다"면서 "준비는 잘했다. 선수들의 각오가 상당하다. 선수들을 믿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훈련을 계속 했지만 실점이 계속 나왔다"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고 대책을 밝혔다.
손흥민도 선발 출전에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손흥민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뛰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어느 경기나 매 경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내일 경기도 부담은 있다. A대표팀 내 형들과 손발을 잘 맞추겠다. 즐기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김)신욱이형과 스위칭하면서 움직하겠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상대 수비를 괴롭힐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상암=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