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최다홈런 기록은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대부분의 통산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SBS 야구해설위원(44). 그런데 조만간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이승엽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승엽은 2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 3회말 통산 349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22일 만의 침묵을 깬 대포가동이었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은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다홈런 351개에 2개 차로 다가섰다. 양준혁이 2009년 5월 9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 341번째 홈런을 터트리면서 장종훈을 넘어선 것 처럼, 새 기록 경신이 눈앞에 다가왔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의 한국 프로야구 최다홈런 기록 경신은 예정된 일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한 이승엽은 지난 시즌 21개의 홈런을 때려 통산 345개 홈런을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8년 간의 공백을 금방 뛰어넘었다. 양준혁과 이승엽, 삼성 레전드간의 기록 바통터치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양준혁이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8시즌 동안 쌓아올린 기록을 이승엽이 11시즌 만에 넘어서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승엽이 시즌 초 다소 주춤하면서 대기록 달성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자신의 기록을 깨려고 하는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는 어떤 마음일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혹시 가벼운 아쉬움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양준혁은 이승엽의 기록 경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준혁은 "나는 홈런타자가 아닌데 오랫동안 뛰다보니 기록이 쌓였다. 통산 최다홈런 기록은 당연히 승엽이의 것이다. 승엽이가 없는 동안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본래 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된 것이다"고 했다.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차지했을 영광을 잠시 보유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양준혁은 이승엽이 빨리 400홈런, 500홈런을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준혁은 "승엽이 같은 선수가 큰 기록을 세워야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프로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야구선수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폭발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승엽이 처럼 좋은 선수가 우리 야구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이다"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그는 또 "승엽이가 계속 국내에 있었다면 500홈런, 600홈런을 이상을 때렸을 것이다. 우리도 일본이나 메이저리그처럼 대기록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통산 타율이 3할1푼6리인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고기록은 홈런을 비롯해 출전경기(2135),안타(2318개), 타점(1389개), 득점(1299개), 4사구(1380개). 이 중에서 홈런기록이 처음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홈런을 제외한 다른 기록은 2위와 격차가 커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양준혁은 여러가지 특별한 기록 중에서 4사구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4사구는 치고 싶은 걸 참아가면서 경기에 집중한 결과다. 어떻게 보면 팀을 위해 나를 희생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통산 4사구 2위는 SK 박경완(1139개)이고, 롯데 장성호(1133개)가 뒤를 잇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