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과 부석사 무량수전 등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경북의 내륙도시 영주. 이곳에는 최근 견학코스로 인기를 끌며 '지역 명물'로 자리잡은 공장이 있다. 연간 8000여명이 다녀간다.
지난 2003년 완공된 KT&G 영주공장이다. 영주시 적서동에 위치한 영주공장은 우선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축구경기장 15배 정도 되는 10만4000여평의 부지를 자랑한다. 동양 최대의 담배 제조공장이다. 근무인원은 400여명. 영주공장에선 레종, 더햄, 보헴, 람보르기니 등 국내 및 수출용 제품 50여종을 생산한다.
기자도 직접 견학에 나섰다.
공장 정문 안으로 들어서니 주차장 주변에 잘 조성된 조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특히 맨 앞에 위치한 2층 사무동의 가운데가 원통형 모양으로 이뤄져 예술적인 이미지도 흠씬 풍겼다. 공장이라기보다는 연구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온하기 이를데 없었다.
영주공장 안내원으로부터 공장현황 등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뒤 위생모를 착용하고 담배 제조공장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원료공장도 있으나 외부에는 개방이 되지않고 있는 상황. 원료공장에선 전국 농가에서 구매한 잎 담배를 잘게 부숴 담배 원료로 쓸 수 있도록 가공하고 있다고 안내원은 전했다.
사무동에서 제조공장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기자는 몸을 청결히 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손을 씻고 발판에 신발을 문질러 먼지를 제거했다. 또 에어샤워를 통해 의복까지 간접 세탁했다. 이같이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은 담배는 식품으로 분류돼 식품제조에 준하는 엄격한 위생상태가 요구되기 때문이란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로 1분에 800갑 생산
드디어 공장 내부로 들어섰다.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최첨단 자동화 생산라인에선 담배개비들이 자동 벨트를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작은 담배 개비의 섬세한 제조과정이 그처럼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제조공장 내부에는 15m 정도의 생산라인이 15개 설치돼 있었다. 라인별로 생산하는 브랜드가 달랐다, 가령 한 라인에선 레종을, 다른 라인에선 보헴, 또다른 라인에선 람보르기니를 제조하는 식이다. 라인을 이동할 때마다 커피향과 멘솔향, 모히토향 등이 은은하게 퍼져나왔다. 레종 에스프레소와 람보르기니 멘솔, 보헴 모히토 등 브랜드별로 각각의 향이 들어가다보이 공장안에서 향기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각 라인에는 3명의 근무 인원이 일하고 있었다. 한때는 5명이 근무했으나 제조설비가 첨단화되면서 인원도 줄어들었다는 설명. 라인에 있는 인원 3명은 재료를 공급하고 기계의 순간정지 등 응급상황 에 대처한다. 일종의 '오퍼레이터' 개념이었다.
담배는 최첨단 장비와 함께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물흐르듯 제조되고 있었다. 15개의 생산라인 중 12개에선 1분당 500갑, 3개의 초고속 생산라인에선 800갑을 만든다고 했다. 연간 440억개비 수준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제조과정은 이렇다. 담배 원료공장에서 관을 통해 원료가 공급되면 궐련제조기에서 궐련지로 말아 필터가 없는 막궐련을 만든다. 이어 필터부착기에서 필터를 붙이고 포장기에서 20개비의 갑담배로 만들어지며 10개(1보루)씩 포장됐다. 이후 라운드 벨트를 통해 상자포장기로 운반돼 상자(500갑)으로 포장된다.
눈에 띄는 점은 불량품들은 자동으로 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 단계별로 일정 높이의 벨트에서 이동되는 동안 중량이 미달되는 등 불량 담배개비들은 정밀한 센서 등을 통해 아래로 보내지고 있었다.
식품에 준하는 위생관리가 이뤄지다보니 공장 내부는 청결하기 이를데 없었다. 천장 쪽으로 집진기가 설치돼 먼지를 흡수했고 내부 온도는 연중 23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또 담배는 습기가 중요한 만큼
65% 전후의 습도를 유지했다.
생산라인 끝 지점부터는 창고였다. 상자로 포장된 담배는 무인로봇에 의해 창고로 이동됐다. 창고는 60m 높이로 27만상자까지 쌓아둘 수 있다. 창고로 이동된 담배는 제조순서대로 트럭에 실려 전국 각지의 영업관서로 보내진다. 또 수출용 제품은 컨테이너를 통해 수급기지 창고로 운반된다. KT&G는 이곳에서 생산된 담배를 전세계 5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최첨단 시설 속에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환경을 자랑하는 공장이었다. 안내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들이 영주공장을 견학한 뒤 "정보통신 기술력은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공장 자동화 설미만큼은 KT&G 영주공장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영주공장은 친환경-혁신 기술-완벽 품질의 산실
KT&G 영주공장은 친환경적인 경영 측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영주공장 인근에는 압연제품 공장인 (주)노벨리스코리아가 있다. 노벨리스코리아에선 수증기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영주공장에서 이를 이용하고 있었다. KT&G 직원들의 아이디어였다. 이 수증기를 에너지로 이용함으로써 연간 944톤의 이산화탄소 감소효과를 보고 있다. 소나마 18만여구를 심는 것가 비슷한 효과다. 연간 가스사용량은 42만3000㎡을 줄였다.
KT&G는 제품의 각종 원료도 친환경적으로 바꿔왔다. 담배는 수분에 민감하다, 그래서 수분증발을 막기 위해 알루미늄 박지를 사용했었고 이것은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지금은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보루 포장지도 비닐소재를 배제했다. 이를 위해 인쇄단계에서 포장지에 접착제를 사전 도포해 제조공정에서 열로만 접착시키는 자가접착기술도 개발했다.
KT&G의 기술력은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가령 이탈리아 람보르기니사와 공동 개발한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17㎜ 슈퍼카본 필터를 장착했다. 이 필터에는 일반 활성탄보다 표면면적이 넓어 자극성분을 걸러내는 기능이 뛰어난 슈퍼활성탄이 사용돼 흡연시 목에 주는 부담을 줄여준다.
또 보헴시가 시리즈의 경우 실제 쿠바산 시가잎을 30% 원료로 사용해 시가의 풍미를 살렸다. 레종프레쏘는 커피 원두 알갱이를 필터 속에 직접 넣는 기술로 개발한 '커피 그래뉼 필터'로 인해 헤이즐넛 커피향을 구현했다.
세계 톱 수준의 수품질관리도 주목할만하다.
KT&G는 지난 2011년 7월 세계 담배업계 최초로 품질실명제를 도입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생산자 이름을 표기하고 있는 것.
동행한 영주공장 관계자는 "라인별로 3명의 인원이 근무하는데 반장의 이름을 새겨넣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담배가 만들어져서 그런지 품질실명제 실시 이후 품질이 몇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영주공장을 떠나오면서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세계 초일류 담배공장'이라는 생각이 두고두고 기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