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서울에 전쟁을 선포했다. 이름하여 '탐라대전'이다.
제주에게 서울은 악몽이었다. 악연은 2008년 8월27일부터 시작됐다. 홈경기에서 1대2로 서울에 발목을 잡힌 제주는 무려 15경 연속 무승(5무10패)의 늪에 빠졌다. 이 기간 동안 2010년 챔피언결정전에서 패배도 포함돼 있다. 극강을 자랑하는 홈에서조차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6년 3월 이후 10경기 연속무승(5무5패)이다. 제주는 최근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로 2위까지 올랐다. 상승세지만 서울전 징크스가 찝찝하기만 하다. 박경훈 감독은 "이상하게 서울만 만나면 우리 경기를 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좋은만큼 이번만큼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도록 하겠다"고 했다.
제주는 26일 서울전에 필승의 의지를 담았다. '전투'라는 컨셉트로 투영된다. 승리기원과 관중몰이, 두마리 토끼를 위한 회심의 카드다. 제주는 전투 컨셉트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일단 박경훈 감독이 2만 관중에게 건빵을 쏠 예정이다. 군복을 착용한 관중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모형총으로 사격대회도 개최하고, 군대음식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미 현역 군인들이 즐기는 음료 맛스타와 파운드 케이크, 각종 비빔밥 등 다양한 전투식량을 확보했다. 제주방어사령부와 협조로 군용 물품 전시회도 할 예정이다. 축구장에 전차와 미사일 등이 전시되는 것은 K-리그 사상 최초의 일이다. 당초 제주방어사령부는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현 시기에 이같은 이벤트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제주 프런트는 "다음달이 호국보훈의 달이니만큼 제주도민들에게 안보정신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며 설득에 성공했다. 제주방어사령부는 화끈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병사 일부를 경기장에 배치해주기로 했다. 이 중 일부는 각 게이트에 포진돼 4~50대 관람객들에게 거수 경례를 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은 이날 전투복을 입고 경기장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홍보물을 위해 전투복을 입고 사진까지 찍었다. 당초 제주 프런트는 박 감독에게 전투복을 입고 벤치에 앉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데 박 감독은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경기 전 전투복을 입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과 승리 시 행군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감독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나"라며 웃었다. 이어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오셔서 내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채울 시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제주의 색다른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결과는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