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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 '오로라공주' 15세 관람가 맞아?…첫방부터 대놓고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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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극의 대모'가 돌아왔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가 20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예상했던 대로 시작부터 불륜과 비상식적인 설정이 난무했다. 막장드라마는 아니라고 항변하던 제작진의 얘기는 결국 가림막에 불과했다.

임성한 작가는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 비빔밥' 등 여러 히트작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여 왔다. 가장 최근작인 '신기생뎐'에서는 등장 인물이 귀신에 빙의해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대는 설정까지 등장해 시청자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임성한 작가가 2년 만에 선보인 '오로라 공주'는 대기업 일가의 늦둥이 고명딸 오로라(전소민)와 신비주의 소설가 황마마(오창석)의 사랑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한다. 오로라에게는 띠동갑도 훨씬 넘는 세 오빠 오왕성(박영규)-금성(손창민)-수성(오대규)이 있다. 황마마 역시 황시몽(김보연)-미몽(박해미)-자몽(김혜은) 등 골드미스 세 누나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철통 보안 속에 시놉시스조차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가 임성한식 '시월드' 혹은 '처월드'를 그려낼 것이란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로라 공주'는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첫 장면부터 금성의 불륜으로 시작했다. 금성은 아내(이아현)를 스파로 불러내 함께 마사지를 받던 중에 이혼을 통보했다. 금성의 아내는 황당해하며 "토끼 주제에"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금성은 "식어빠진 사발면"이라고 대꾸했다. 이혼을 요구하는 장소는 물론이거니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성적인 대화까지 모두 상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금성의 이혼을 적극 동조하는 왕성과 수성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불륜녀가 35살 처녀라는 말에 왕성과 수성은 동시에 "대박"이라며 감탄했고 "같은 남자로서 부럽다"고도 했다. 어머니 앞에 불려가서도 두 형제는 금성의 이혼을 적극 지지하면서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오빠의 이혼을 완강하게 저지하는 오로라의 똑부러진 태도는 그나마 정상적이었지만, 오로라 역시 재벌녀의 공식에서 그다지 벗어나진 못했다. 검사인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만나는 자리에 일부러 싸구려 옷을 입고 나가서 상대의 속물근성을 시험했다. 결국 별볼일 없는 집안 출신의 대학원생 취급을 당하고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명품 가방 쇼핑을 했다. 사람 됨됨이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오로라의 생각을 보여주려는 설정이었지만 오히려 재벌녀의 오만으로 비춰졌다. 남자친구 어머니의 콧털을 거슬려하다가 결국 가위를 꺼내들고 그 콧털을 잘라내는 장면이 상상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황마마의 누나들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저녁 무렵 다급하게 집에 들어와서는 동화 속 왕자님처럼 고요하게 잠든 황마마의 침대 주위에 둘러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불경을 외웠다. 황당무계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는 동시간대 1위로 출발했다. 시청률은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전작 '오자룡이 간다'가 19.7%로 종영한 것과 비교하면 낮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자극적인 설정 덕분에 '오로라 공주'의 흡인력도 상당한 편이라 향후 시청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방극장은 주시청층이 중장년층으로 집중되면서 막장드라마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침극과 일일극은 물론이고 주말극과 미니시리즈까지 출생의 비밀과 불륜, 치정극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임성한 월드'는 이런 추세에 정점을 찍었다. 연출자 김정호 PD는 "가족 안에도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상처를 많이 주는 존재다. 가족을 사랑하는 존재로 그릴 수도 있고 불화의 존재로 볼 수도 있다. 아들이 철든 아버지 같고 아버지가 철없는 아들 같은, 관계가 도치되는 묘미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 안의 리얼리티"라는 설명은 1회부터 어긋났다. 더구나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가 15세 관람가 등급이란 것도 의아하다. "밝고 경쾌한 이야기로 풀어가겠다"는 제작진의 말에 진정성 있었는지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