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지상파 3사 주말극이 일제히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왔다. '막장드라마 소재'라는 편견을 받고 있는 '출생의 비밀'이 이처럼 주말극 제작진들에게 '총애'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중인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은 18일 방송에서 백설주(차화연)와 양춘희(전인화)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춘희는 민채원(유진)의 새어머니가 된 상태. 그동안 백설주는 양춘희를 만나기만 하면 비밀을 간직한 듯 두려움에 떨고 그를 멀리 보내려는 노력을 했다. 이후에도 이세윤(이정진)이 백설주의 아들이 아니라 양춘희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많이 깔려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백년의 유산'에서는 친아들과 양딸이 결혼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마치 예전 '막장극의 대모' 임성한 작가의 '하늘이시여'에서 양아들과 친딸을 결혼시킨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KBS2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 역시 출생의 비밀을 통해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이순신(아이유)이 송미령(이미숙)의 딸이라는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밝혀졌다. 혼돈스러워하는 정애(고두심)의 모습과 함께 송미령 역시 이순신이 친딸임을 눈치채고 괴로워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송미령이 친딸 이순신을 어떻게 배우로 만들 것인가, 정애가 친딸이 아닌 이순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뿐만 아니라 이순신 자신이 출생의 비밀을 언제쯤 알게될 것인가가 '최고다 이순신'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반면 제목부터 '출생의 비밀'을 들고 나온 SBS주말극 '출생의 비밀'은 이들과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출생의 비밀'은 제목과는 다르게 출생의 비밀보다는 정이현(성유리)이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에서는 이현이 아버지 최국(김갑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릴 적 아버지와는 친하지 않는 관계였지만 잃어버린 10년 속에서는 친근한 모습이 등장한 것. 게다가 최국과 홍경두(유준상)이 만나면서 극은 더 미스터리해졌다.
사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는 드라마 제작진들에게 꽤 매력적인 소재임은 틀림없다. 지금까지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가족극 중에는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에 출생의 비밀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면서 이 소재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다들 '막장' '막장'하지만 이런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개연성 있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며 "사실 '백년의 유산'처럼 양어머니 밑에 사는 아들이 친어머니와 엮이게 되는 설정은 시청자들도 이제 어느 정도 포기하고 보는 부분인 것 같다. 이 내용을 어떻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게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백년의 유산'과 '최고다 이순신'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두 드라마가 모두 20%를 넘기며 주간 시청률 1, 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 역시 시청률 상승세를 타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가 주말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임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