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버티기' 전략이 통할까.
KIA는 지난 7일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19일까지 3승8패. 승승장구하던 KIA에겐 낯선 성적표였다. 승보다 패가 많았다. 롯데와 삼성을 만나 5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순위표 맨 꼭대기에서 어느새 4위까지 내려앉았다.
공교롭게도 SK와 2대2 트레이드를 진행한 뒤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일부 팬들은 과거 베이브 루스를 떠나 보낸 보스턴을 괴롭히던 '밤비노의 저주'에 빗대 '김상현의 저주'란 말까지 꺼냈다.
사실 부진의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갑작스런 타격 난조다. KIA 타선은 7일부터 19일까지 11경기서 24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2.18점이다. 12일 삼성전과 19일 LG전의 4득점이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시즌 초 맹타를 휘둘렀던 타선이다. 하지만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는 속설이 있듯, 타격엔 사이클이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면, 이번엔 다소 깊게 내리막을 탔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LG와의 3연전을 통해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중심 타선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다. 이범호는 LG와의 3연전에서 매경기 안타를 터뜨렸고, 모처럼 홈런도 쏘아 올리며 손맛도 봤다. 한 달 넘게 홈런이 없던 나지완도 지난주 SK전과 LG전에서 한 차례씩 홈런을 날렸다. 최희섭은 19일 경기서 3타수 3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다시 반등의 요소가 보이고 있다. '5월 버티기' 전략이 나온 이유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잘 나가는 팀도 한 두 차례 고비가 온다. KIA에겐 이번 부진이 첫번째 고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번주 매치업도 좋다. 나란히 최하위권에 머문 두 팀, 한화와 NC를 연달아 만난다. 두 팀과의 첫번째 맞대결에서도 패배는 없었다. 한화에겐 3승, NC에겐 1승1무를 기록했다. 한화-NC와의 홈 6연전이 끝나면 KIA는 4일간 휴식을 취하게 된다.
게다가 선동열 감독이 선호하는 '지키는 야구'가 자리잡고 있다. SK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송은범 신승현이 필승계투조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신승현-송은범-앤서니로 단단히 뒷문을 지킨다. 송은범이 이적 후 일시적인 부진을 보이기도 했지만, LG전을 통해 밸런스를 찾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수년간 불펜야구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키는 야구의 힘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크다. 타선이 터지지 않아도, 1~2점차의 타이트한 승부를 견뎌낼 수 있다. 간발의 차로 뺏길 수도 있는 승수를 챙기는 것이다.
5월을 버텨낸다면, 6월엔 든든한 원군이 온다. 개막 후 4경기 만에 왼 손목 골절상으로 이탈한 김주찬은 조만간 타격 훈련을 시작한다. 복귀 시점은 6월 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KIA에 '김주찬 효과'를 불러온 만큼, 다시 형성될 이용규와의 막강한 테이블세터진이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햄스트링부상으로 빠져 있는 신종길 역시 6월 초에서 중순경 복귀할 예정이다. 김주찬 공백을 훌륭히 메웠던 신종길까지 돌아온다면, 다시 한 번 외야 과포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KIA의 5월 버티기 전략은 매우 현실적이다. 살아나고 있는 타선과 지키는 야구의 시작, 그리고 좋은 매치업까지. 근거는 충분하다. 시즌 초반 닥친 첫번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좌지우지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