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태극마크와 다시 만났다. 회춘한 36세의 김남일(인천)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팀내 최고참으로 최강희 A대표팀 감독과 선수간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중책까지 맡았다.
"발탁해주신 최강희 감독님과 김봉길 인천 감독님께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라서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부담스럽다. 팀워크를 위해 희생하는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16일 대표팀 합류 소식을 들은 김남일은 기쁨의 순간을 마음껏 누렸다. 동시에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개인적인 욕심은 버린지 오래다. 대표팀 주장 출신으로 팀의 화합을 강조했다. 먼저 김남일은 인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남일은 "이렇게 좋은 일이생긴 것이 다 인천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다. 팀 동료들과의 조화와 균형이 맞춰지면서 팀 성적도 좋아졌고 덕분에 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남일의 올시즌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다. 지난 시즌과 달리 부상 없이 동계훈련을 소화했고 인천의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노련한 경험과 전성기 시절의 패싱력, 인터셉트 능력이 하모니를 이뤄 인천 공수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험난한 레바논 원정길에서 A매치 경력이 '97'이나 되는 김남일의 경험은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남일도 세간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실 예전과 체력이 다름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진공청소기'라고 불려던 김남일은 강한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하는 젊은 김남일이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면서 "반면 경험이나 노련미는 확실히 더 생겼다. 최대한 한 박자 빠른 위치선정과 효율적인 패스 차단을 통해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플레이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남일은 최근 대표팀내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거리를 좁혀줄 적임자이기도 하다. 김남일은 "어린 선수였다면 대표팀에서 와서 경험을 쌓는 것만 해도 큰 동기 부여가 되겠지만 나는 원포인트 발탁이라고 해도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져온 대표팀 팀워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파고들 것이다. 모두가 주인공을 하려하면 안된다. 누군가는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그게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은 A매치 3경기만 더 치르면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100'이란 숫자보다 레바논이라는 세 글자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월드컵 진출의 중요한 고비가 레바논전이라 올인하고 싶다. 그 경기를 이겨놔야 홈에서 열리는 나머지 두 경기가 수월할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