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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악령'에 또 무너진 전북, 험난한 ACL 16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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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전북 현대에 닥친 줄부상은 가혹한 현실이었고, 악몽이었다.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부상 악령에 고개를 숙였다. 15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ACL 16강 홈 1차전에서 0대2로 완패했다. 전북은 22일 열릴 2차전에서 세 골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험난한 원정길을 앞두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어진 부상 악령이다. 지난해 전북은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조별리그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 조성환이 꼬리뼈를 다쳤다. 이후 임유환에 이어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부상자 명단에 추가되며 수비라인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전북은 김정우 정성훈 등 공격 자원을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지만,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광저우와 가시와에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선수단의 부상이 뼈 아팠던 전북은 공격적으로 겨울 이적시장을 공략했다. 주전급 선수 8명을 보강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정인환을 비롯해 수비형 미드필더 정 혁이 전북의 녹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올해도 부상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포지션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북은 가시와전에 김정우 정 혁 서상민 정인환 등 주전 4명을 선발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가시와전 직전에 정 혁과 서상민이 쓰러진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11일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에서 서상민이 허벅지 근육 부상, 정 혁이 팔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정우가 발목을 다친 상황에서 정 혁마저 쓰러지며 중앙 미드필더에 큰 공백이 생겼다. 정인환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신인 권경원과 통산 6경기 밖에 나서지 않은 3년차 김재환을 '더블 볼란치'로 기용했다. 정인환의 자리에는 플레잉 코치 김상식이 자리했다.

그러나 전북은 수비진의 줄부상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안방에서 1차전을 내줬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일격을 당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전반 3분, 구도 마사토에게 헤딩골을 헌납했다. 전북 수비진이 전열을 정비도 하기 전에 얻어맞은 실점이었다. 측면 크로스에 빠른 발을 이용해 달려든 구도를 막지 못했다. 실점 이후 전북은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을 중심으로 좌우 날개 에닝요와 박희도가 꾸준히 가시와의 골문을 향해 슈팅을 시도하며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전북을 계속 외면했다. 이동국과 박희도의 슈팅이 모두 골문을 외면했고 에닝요의 프리킥도 허공을 갈랐다. 전북은 후반 13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에닝요의 스루패스가 수비진을 허물었고 박희도가 1대1 찬스를 맞았다. 이 역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전북은 땅을 쳐야 했다. 오히려 세차게 골문을 두드리다 다시 골문을 열어주며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어진 허용한 헤딩 실점이었다.

설상가상이다. 2차전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인데 김상식이 코뼈 골절 부상을 해 출전이 불투명하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부상 선수들이 많고 갈수록 더 생기고 있다. 2차전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모두 동원해 8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