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 '싸이'보다 더 유명한 선수가 있다니까요."
16일 부산 사직구장. NC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롯데 덕아웃에서 강민호가 팀내에 '글로벌 스타'가 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주인공은 누굴까. 전날 '머쓱한' 홈런 세리머니의 주인공, 전준우였다.
전준우는 15일 경기서 4-6으로 뒤진 9회말 1사 1루서 NC 이민호의 초구를 잡아당겨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높게 뜬 타구는 누가 보기에도 홈런 같았다. 전준우는 배트를 놓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했다. 오른손을 들어 덕아웃을 가리켰다. 홈런 세리머니였다.
롯데 벤치에 있는 선수들 모두 동점을 예상한 듯 모두 일어서 타구를 바라봤다. 김시진 감독조차 덕아웃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타구는 NC 좌익수 박정준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좌측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고 말았다. 타구와 정반대로 분 바람의 영향을 제대로 받았다. 바람에 홈런이 날아간 전준우는 1루에서 동기생인 NC 1루수 모창민에게 "맞바람이야"라는 위로를 들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조금 빨랐던 세리머니, 해외에서도 인상적이었나보다. CBS스포츠, 야후스포츠는 물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에까지 소개됐다. CBS스포츠는 '방망이 던지는 에티켓의 중요한 교훈(An important lesson in bat-flip etiquette)'이란 제목으로 이 장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타구가 홈런인지 분명히 확인하라', '다른 팀 선수가 자신을 위로하게 만들지 마라. 그건 잘못이다', '방망이 던지는 걸 연습하거나 미리 생각해두지 마라. 자연스러워야 한다', '투수를 보지 말고 공을 봐라'였다.
해외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전준우는 본의 아니게 '슈퍼스타'가 됐다. 강민호는 "우리 팀에 싸이보다 유명한 선수가 있다"며 "옥스프링이 호주에 있는 지인한테 '너희 팀 선수가 맞냐'고 연락을 받았을 정도다. 진정한 글로벌 스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준우는 이날 "오늘은 제발 관심 꺼주세요"라며 취재진을 피했다. 부끄러워 하는 전준우를 보며 강민호는 "어쩐지 어제 준우가 일찍 가더라"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