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늘어난 폭투,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by

폭투(wild pitch), 누구의 잘못일까.

KIA는 15일 광주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송은범의 폭투로 결승점을 내주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송은범은 3-3이던 연장 11회초 1사 만루서 앤서니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송은범은 첫 타자 조성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폭투를 범하는 바람에 결승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바깥쪽으로 던진 슬라이더가 원바운드가 되면서 포수 김상훈의 오른쪽 옆구리를 지나 뒤로 빠졌다. SK도 폭투 때문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어진 11회말 KIA 공격, 2사 1루서 SK 투수 윤길현이 이범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2S에서 3구째 몸쪽으로 던진 슬라이더가 포수 조인성 뒤로 빠지며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선언돼 1,2루의 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이어 김상훈을 2루수플라이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이만수 감독은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폭투와 포일(passed ball)을 구분하는 기준은 포수가 공을 잡을 수 있는 로케이션, 즉 제구가 됐느냐이다. 보통 포수의 미트에 이르기전 그라운드에 공이 닿아 바운드가 된 경우나 공이 투수의 손에서 빠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경우 폭투가 주어진다. 포일은 포수의 정상적인 포구 범위 안에 공이 들어왔음에도 이것이 빠져 주자의 진루를 허용한 경우 기록된다. 즉 포일보다 폭투의 범위가 훨씬 넓다. 실제로 이날 현재 9개팀의 폭투와 포일은 각각 140개, 27개로 투수의 실수인 폭투가 훨씬 많다. 당연히 기록상 폭투에 의해 실점을 했을 경우 자책점이 되지만, 포일에 의한 실점은 비자책점이다.

그러나 폭투가 오로지 투수의 잘못인가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날 광주경기에서 폭투가 나오는 순간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던 김상훈과 조인성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포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원바운드가 돼 뒤로 빠지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김상훈은 송은범의 공이 뒤로 빠져 3루주자 최 정이 홈을 밟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송은범을 바라봤다.

감독들도 폭투가 나오면 투수보다는 포수의 블로킹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공이 뒤로 빠지지 않도록 포수가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주기를 바란다. 블로킹 능력을 말함인데, 포수 조련의 대가인 삼성 조범현 인스트럭터는 KIA 사령탑 시절인 2009년 김상훈의 블로킹에 대해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하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순발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폭투는 공이 날아가는 동안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재빠르게 대처한다는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팀마다 포수 훈련 가운데 블로킹 연습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물론 폭투의 근본 원인은 투수의 제구력 불안이다. 주자가 3루에 있을 경우에는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구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주자 3루의 위기 상황에서 일부러 원바운드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 투수가 구사하는 주무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볼넷이 많은 투수들이 폭투도 많다. 실제 이날 현재 팀볼넷이 140개로 1위인 SK가 폭투도 23개로 가장 많다. 팀볼넷이 91개로 가장 적은 삼성의 경우 폭투는 11개로 롯데(10개) 다음으로 적은 수치를 기록중이다.

올시즌에는 전반적으로 폭투가 늘어났다. 경기당 평균 폭투수가 지난해 0.86개에서 올시즌 0.96개로 높아졌다. 미세한 차이일 수 있으나, 투수의 제구력과 포수의 블로킹 능력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