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준우의 홈런 세리머니는 조금 빨랐다. 그는 NC 구원투수 이민호가 던진 공을 풀 스윙으로 돌린 후 방망이를 던졌다. 그리고 롯데 덕아웃을 손으로 가르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의 손으로 전해진 타구는 홈런이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전준우의 타구는 NC 좌익수 박정준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부산 사직구장 좌측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다. 타구와 반대 방향으로 분 바람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15일 부산 NC전 9회말 1사 1루, 롯데가 4-6으로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전준우의 타구가 홈런이었다면 순식간에 동점이 됐을 것이다. 경기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준우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롯데 덕아웃 분위기도 잠깐 좋았다가 말았다. 반면 NC 덕아웃은 죽다가 살아난 듯 안도했다. 결국 롯데가 4대6으로 졌다.
이번 전준우의 조금은 빨랐던 홈런 세리머니는 좀체 보기 드문 장면이다.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CBS스포츠가 홈페이지 전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이 사이트는 이 기사의 제목으로 '방망이 던지는 에티켓의 중요한 교훈(An important lesson in bat-flip etiquette)'이라고 달았다. 전준우의 타구가 박정준 글러브에 잡히는 장면, NC 1루수 모창민이 전준우의 등을 툭 치는 장면까지 함께 붙였다.
그러면서 이 장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네가지 교훈을 꼽았다.
첫째는 타구가 홈런인지를 분명히 확인하라. 둘째는 다른 팀 선수를 위로하지 마라. 그건 잘못이다. 셋째는 방망이 던지는 걸 연습하거나 미리 짜두지 마라. 자연스러워야 한다. 마지막은 투수를 보지 말고 공을 봐라,
전준우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그는 섣부른 판단으로 조금 부끄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본 다수의 팬들은 재미있어 한참을 웃었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