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일본 열도 점령에 나선다.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조용필의 미디어 데이가 진행됐다. 이날 조용필은 일본 활동 계획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실 은퇴식은 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1996년도 공연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안하겠다고 그쪽 관계자들과 얘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19집 '헬로'가 일본에도 알려지면서 일본 유니버설 쪽과 한국 유니버설 쪽이 지금 회의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이번 앨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에서는 카라가 소속된 시그마란 레이블에서 '헬로' 일본어 버전 발매 제안을 받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필은 1980년대 일본에서 '돌아와요 부산항' 등을 히트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한국 가수 중에는 처음으로 1987년 이후 NHK '홍백가합전'에 5차례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활동과 관련해서 조용필은 "올해부터 일본쪽에서 얘기가 나왔다. 만약 일본에서 활동 한다고 해도 콘서트 이외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일본이라고 해서 다른 활동을 한다는 건 형평성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사전에 얘기를 맞췄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외에 다른 나라 진출에 대해서도 "아직 생각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공연 준비와 앨범 작업 중이다"고 일축했다.
다만 현재 K-POP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그는 "지금 K-POP 주자들은 대단히 훌륭하다. 음악도 잘 만들고 퍼포먼스도 기가 막힌다. 내가 봐도 멋지다 싶다. 오히려 내가 그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POP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프로듀서, 가수, 기획자들이 그 가수의 매력 포인트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건 연습을 통하지 않으면 못한다. 퍼포먼스가 50%를 넘어가면 음악적 가치는 깎일 수 있다. 가수의 장점을 더 실어낼 수 있게 멜로디를 많이 넣고, 멜로디를 받쳐줄 수 있는 힘을 화음에서 이끌어내고 거기에 리듬이 합쳐진다면 음악적으로는 성공이다. 그러면 퍼포먼스도 더 좋아질 수 있지 않겠나. 음악적 흐름을 봐도 전세계 히트곡은 전주가 짧고 간주도 없다. 하지만 그 안에 메시지는 다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용필은 정규 19집 '헬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앨범은 15일 기준 18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LP판 역시 선주문이 쇄도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음원 역시 '헬로'와 '바운스' 모두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됐으며 특히 '바운스'는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등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와 관련 조용필은 "사실 개인적으론 겁났다.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내 모든 생활을 바꿨다. 집 사무실 스튜디오 외에는 가지 않았고, 친구들에게도 '당분간 만날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고 미리 전화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사실 나는 나이가 많은 옛 세대이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에게 밀려 10위 밖으로 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음악은 대중보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앨범 발표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음악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음악하는 친구들도 '앞으로 우리도 이런 식으로 하겠다. 조금 달리 생각하겠다'는 말을 했다. 아마 앞으로 가요가 조금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조용필은 현재 전국투어와 정규 20집 앨범 작업 중이다. 20집은 좀 더 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그는 "나는 90년대 초반부터 콘서트만 하겠다고 했다. 2003년까지 활동했지만 TV나 라디오를 제외하면 홍보가 안되는 시스템이라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앨범이 히트가 안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러다 시스템이 바뀌면서 내 노래가 알려진 것 같다"며 "2010년에 들어와서 과거의 조용필이 아닌 신인 조용필로 태어나게 된 거다. 과거의 조용필, 그 어떤 히트, 무게 이런 건 나한테는 필요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20집은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앨범이다. 어떻게 만드느냐, 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콘서트 준비와 앨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언제가 될진 잘 모르겠다. 19집도 10곡을 만들어냈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음엔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작업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