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은 이제 마음 속에서 지웠다."
성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학범 감독(강원)의 말이다.
김 감독은 성남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1998년 성남 코치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10년 간 한 팀에서 희노애락을 맛봤다. 고 차경복 감독 밑에서 성남의 리그 3연패를 이끌었고, 2006년에는 자신의 힘으로 정상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실상 경질과 다름없는 자진사퇴를 하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2012년 강원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성남은 애증의 팀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7월 강원 지휘봉을 잡은 뒤 가진 성남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첫 대결에서는 패했으나, 두 번째 경기에선 극적인 승리를 따내면서 승강제 원년 잔류의 성과를 이뤄냈다.
세 번째 맞대결을 앞둔 심경은 어떨까. "성남은 이제 마음 속에서 지웠다." 자신이 10년 간 몸담았던 성남과는 다른 팀이 됐다는 이유다. 지난해까진 제자로 동고동락했던 신태용 전 감독과 김도훈 코치 및 여러 제자들이 성남 소속이었다. 그러나 올해 안익수 감독 체제로 변화하면서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단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김도훈 코치는 이제 김 감독과 강원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김 감독은 "(성남 시절) 데리고 있던 선수가 전상욱, 김철호 뿐이다. 김도훈 코치도 아는 선수가 5명 정도 밖에 없다더라"고 웃었다. 그는 "내가 맡던 시절과 지금의 성남은 여러 면에서 다른 팀"이라고 선을 그었다.
옛 정을 잊은 만큼 첫 승에 대한 기대감도 더 간절하다. 애써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김 감독은 "나는 매일 (경기 때마다)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잘 안되더라"고 웃으며 "언젠가는 웃을 수 있지 않겠느냐. 기다려달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