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잠실. 두산은 승부수를 일찍 던졌다.
0-3으로 뒤진 7회말. 두산 타선은 NC 선발 에릭의 독특한 투구폼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
선두 타자 김현수가 이날 첫 안타를 터뜨렸다. 그러자 곧바로 두산 벤치는 대주자로 정수빈 카드를 내세웠다.
위험성이 있었던 용병술이었다.
9회 정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김현수의 타석이 돌아올 수 있었다. 승부처가 될 수 있는 김현수의 한 타석을 버린다는 약점. 1점 승부가 아닌 3점 차의 차이였기 때문에 김현수의 한 타석을 버리기는 확실히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정수빈 카드도 의미는 있었다. 에릭은 너무나 잘 던져주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퀵 모션이 빠르지 않은 투수다. 빠른 주자가 나간다는 것은 스코어링 포지션에 갖다둘 수 있는 가능성을 높힘과 동시에 에릭의 안정된 투구리듬을 미세하게 흔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는 작전이었다.
일단은 성공이었다. 정수빈은 2루를 잘 훔쳤다. 확실히 에릭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좋은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에릭은 대타 최주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김동주를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2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국 두산은 오재원의 2타점 2루타와 양의지의 적시타를 앞세워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정수빈이 타석에 섰다. 1점 싸움이었다. 김현수가 아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정수빈은 끈질겼다. 제구력이 불안한 노성호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1루에 걸어나갔다.
특히 2B 2S로 볼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3개의 공을 커트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홍성흔의 중전안타로 1사 1, 2루.
여기에서 정수빈은 진정한 발야구를 보여줬다. 경험이 부족한 노성호의 견제가 느슨한 틈을 타 3루로 달렸다. NC 배터리가 송구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히 허를 찌른 도루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주환은 애매한 투수 앞 땅볼을 때렸다. 정수빈은 망설이지 않고 홈으로 파고 들었다. 노성호의 글러브 토스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홈에서 세이프.
결국 두산은 4대3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결승점은 발을 앞세운 정수빈의 '원맨쇼'였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