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국인 투수 에릭이 등장하면 상대 벤치의 어필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너무나 독특한 이중동작 때문. 지난달 10일 잠실 LG전 에릭은 2회말 2사 후 투구동작에 대한 주의를 받았다. 투구폼 때문이었다. 심리적으로 급격히 흔들린 에릭은 그대로 무너졌다. 4안타 사구 1개로 4실점.
에릭의 투구폼은 독특하다. 와인드업을 한 뒤 왼발을 들어올린다. 여기까지는 여느 투수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왼발을 딛는 과정에서 중간에 살짝 멈춘다. 그리고 또 다시 미묘한 타이밍으로 끈 뒤 투구를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 차례의 미세한 'Pause(일시정지) 동작' 후 공을 던진다.
논란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투구폼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등판한 에릭. 처음 맞대결한 두산 타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낯설고, 타이밍을 맞추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공을 방망이에 맞혔다고 해도 힘을 모으지 못하며 범타에 그쳤다.
범타로 물러난 두산 타자들은 벤치에서 에릭의 투구폼을 재현하며 '어떻게 타이밍을 맞춰야 하나'를 계속 얘기하기도 했다.
4회 김현수의 타석. 불카운트 2B 2S에서 두산 김진욱 감독이 박기택 주심에게 어필을 했다. 이미 논란이 끝난 에릭의 이중동작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이날 에릭은 마운드 위에서 이마의 땀을 닦거나 손에 침을 약간 묻힌 뒤 곧바로 공을 만지는 부정행위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있었다. 마운드 위에서는 투수가 땀을 닦거나 침을 묻힐 수 있지만, 곧바로 공을 만져서는 안된다. 유니폼에 이물질을 제거한 뒤 투구해야 한다. 두산 입장에서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문제는 마운드 위의 에릭이었다. 이미 지난 LG전에서 어필을 받은 뒤 급격히 무너진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달랐다. 투수가 심리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투구폼에 대한 어필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김현수를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홍성흔과 최준석도 범타로 처리했다.
결국 6회까지 완벽했다.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독특한 투구폼에 두산 타자들은 여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7회 호투하던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NC의 타자들이 공략, 3점을 얻었다. 올 시즌 3패만을 기록 중인 에릭의 입장에서 감격이 첫 승을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에릭에게도 '마의 7회'였다.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첫 안타를 허용한 에릭은 홍성흔을 삼진으로 잡았다. 하지만 대타 최주환에게 볼넷. 김동주를 파울 플라이로 잡고 2사 1, 2루.
두산은 대타 오재원을 내세웠다. 그러자 에릭은 주자를 남겨둔 상황에서 문현정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오재원은 우중간 큼지막한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양의지마저 중전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NC는 동점을 허용했다. 에릭은 어필의 산을 넘었지만, 결국 첫 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