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네요."
굽이굽이 먼 길을 돌아 한국에서 LG 유니폼을 입은 우완투수 류제국(30)이 1군 무대 데뷔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시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지만, 유니폼을 입은 이상 한시라도 빨리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던질 기세다. 이르면 6월 초순 류제국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LG 1군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류제국은 28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1루측 홈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했다. 직구 위주에 가끔씩 변화구를 섞어가며 67개 가량의 공을 힘차게 뿌렸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신중하게 류제국의 투구폼과 구위를 살폈다.
비록 연습투구였지만, 류제국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듯 했다. 투구를 마친 류제국은 상기된 얼굴로 "정말 오랜만에 잠실구장에서 공을 던진 것 같다"며 "한 3년쯤 됐나?"라고 추억했다. 류제국의 기억은 약간의 오류가 있었다. 류제국이 잠실구장에서 처음으로 공을 던져본 것은 무려 6년전인 2007년 겨울이다. 당시 류제국은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 상비군에 속해 있었다. 그때 잠실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했고, 연습 경기 때 마운드에도 서 봤다. 그러니 류제국의 기억은 '6년'으로 수정돼야 한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류제국은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라며 감개무량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류제국은 "원래 50개 정도만 던질 예정이었는데, 마지막에 던진 직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15개나 더 던졌다. 마무리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며 훈련에서부터 남다른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류제국의 1군 경기 데뷔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아직 불안한 점이 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1군에 올리겠다"고 했다. 이날 투구를 지켜본 차 코치역시 "아직은 직구 구위나 제구가 덜 완성됐고, 주자가 나가있을 때의 슬라이드 스텝도 다소 느리다"고 평가하며 "몸상태는 80% 정도인 것 같다"고 밝혔다.
류제국은 5월 한 달간은 2군에서 실전 등판을 통해 구위를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부터 잠시 1군 선수단과 동행해 훈련을 했던 류제국은 LG가 창원 원정경기를 떠나는 다음 주초 다시 2군에 합류한다. 이어 30일 송도구장에서 열리는 SK 2군과의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이후 5일 간격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4~5차례 더 2군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뒤 최종적으로 1군 합류 여부를 판가름받게 된다.
하지만 류제국은 벌써부터 1군 경기에 등판할 생각에 들떴다. 6월 초 1군 복귀를 예상하는 코칭스태프의 전망과는 달리 류제국은 "마음같아서는 2군에서 2차례 정도 경기를 하고 난 뒤에 1군에 올라오고 싶다"며 강한 열망을 표현했다. 과연 류제국이 언제쯤 LG 선발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될 지 기대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