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시즌 초반 뚜렷한 필승계투조가 없다.
계투진에 커다란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홍상삼과 변진수가 시즌 초반 그리 좋지 않았다. 오랜 공백에서 돌아온 정재훈과 이재우 역시 본 궤도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들은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믿고 내보낼 순 없었다. 기량은 충분했지만, 컨디션이 문제였다.
두산의 불안한 중간계투진은 풍부한 야수진과 대비되면서 시즌 초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두산은 힘겹지만 잘 막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하지만, 그렇게 커다란 전력의 누수는 생기지 않고 있다. 두산의 평균 자책점은 3.16(27일 기준)으로 9개 구단 중 전체 1위다.
아직까지도 두산은 확실한 필승계투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홍상삼 변진수 정재훈 등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내보낼 투수는 있다.
두산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는 "중간계투진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접전 상황에서 가장 믿고 내보낼 수 있는 선수는 오현택"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그의 활약은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9경기에 나서 2승1세이브를 거두고 있다. 16이닝동안 피안타는 7개 뿐이다. 평균 자책점은 제로다. 28일 NC전에서도 9회에 등판,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거뒀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성적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문제는 그의 경기력이다. 일단 배짱이 두둑하다.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진다. 기본적인 구위가 괜찮다. 우완 사이드암인 그의 140㎞대 중반 패스트볼은 위력이 있다. 짧게 꺾이는 슬라이더도 예리하다. 여기에 가끔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체인지업도 장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
2008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2010년 상무에 입대, 올해 다시 두산에 가세했다. 공의 구질이나 구위는 상무시절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좋은 기량을 보유하고 있었던 선수다.
하지만 실전무대는 다르다. 오현택 역시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다. 각 구단에 잠재력 있는 투수들은 많다.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그런 기량을 100%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현택에게는 전환점이 있었다. 그는 지난 5일 올해 첫 1군 무대에 등판했다. 잠실 LG전 7회 1사 2, 3루의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선재를 삼진아웃으로 잡은 뒤 현재윤마저 삼진으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해 위기를 극복하면서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의 기량이 실전에 100% 발휘될 수 있는 원천인 자신감을 얻은 경기였다.
깜짝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그 상황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현택도 그랬다.
9일 KIA 광주전에서 오현택은 또 다시 4-2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7회 선발 노경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2사 만루 상황.
오현택은 당시를 생각하며 "이상하게 욕심이 났다. 그러자 미세하게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나지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결국 이혜천으로 교체됐다.
오현택은 "LG전이 자신감을 심어줬다면 KIA전은 욕심을 버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해 준 경기"라고 했다.
그는 두 가지 의미있는 경험을 했다. 올해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