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창식은 지난 겨울 제구력을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계약금 7억원을 받고 2011년 입단한 뒤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제구력 불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호투를 이어갈 때만 해도 "유창식이 비로소 제구력을 잡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당시 유창식은 "제구력에 역점을 두고 투구를 했는데 잘된 것 같다. 작년보다 슬라이더가 좋아졌다. 올해는 규정이닝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이루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제구력 안정을 앞세워 팀내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잡겠다는 희망이었다. 류현진의 이탈로 선발진이 약해진 한화도 유창식이 이번 시즌 한층 성숙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유창식 개인이나 한화에게 이런 희망을 키우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유창식은 28일 인천 SK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볼넷을 끊임없이 내주며 2회 조기강판했다. 1⅓이닝 동안 9타자를 상대해 볼넷을 무려 5개나 내줬다. 선발투수가 제구가 안돼 자꾸 주자를 내보내니 벤치로서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유창식은 4선발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대전 KIA전에서 4이닝 동안 8안타 8실점을 기록하며 패전을 안았다. 볼넷 5개, 사구 1개를 내주며 극심한 제구력 불안을 드러냈다. 이어 9일 삼성전에서는 3이닝 동안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지만, 안타를 무려 8개나 허용하며 6실점했다. 나흘 뒤인 13일 LG전에서는 1⅓이닝 4안타 1볼넷으로 2점을 내주며 시즌 3패째를 당했다. 이후 유창식은 중간 계투로 나서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이날 SK를 상대로 또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올시즌 유창식은 12⅓이닝 동안 12개의 볼넷과 2개의 사구를 내줬다. 9이닝 기준 한 경기 평균 10.22개의 볼넷을 허용한 셈. 이 평균 수치가 한화 투수들은 4.63개, 전체 투수들은 3.89개다. 지금 유창식의 제구력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유창식의 제구력 불안 원인은 무엇일까. 제구력은 볼넷 뿐만 아니라 안타수로도 평가할 수 있다. 볼배합의 실패, 한복판으로 몰리는 실투, 집중타 허용 등이 모두 제구력 난조에서 비롯된다. 유창식은 직구 스피드가 평균 140㎞ 안팎이고, 최고 145㎞까지 나온다. 타자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투심패스트볼도 130㎞대 초반에서 140㎞대 초반의 스피드를 자랑하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혹한다. 스피드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올시즌 들어 슬라이더의 비율을 높이며 커브와 체인지업 등과 함께 볼배합도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다. 결국은 제구력 뒷받침이 안돼 구종의 다양성, 묵직한 스피드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여유와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팀분위기가 가라앉다 보니 그것도 수월치 않다. 한화 벤치는 유창식을 중간 투수로 세번 등판시키며 이같은 심리적 효과를 노렸으나, 결과적으로는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한화는 4인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를 제외한 다른 투수들은 모두 불펜 대기를 하는 상황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창식도 제구력 안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