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넘을 수 있을까. 두 고개만 넘어서면 '지름길'이다
KIA가 모든 팀과 한 차례씩 맞붙었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서 운동장 한 바퀴를 돈 셈이다. 이번주엔 첫번째 맞대결에서 넘지 못했던 두 팀과 만난다. 두산과 넥센이다. 쉽지 않은 '서울 원정길'이다.
30일부터 시작되는 주중 3연전은 두산과의 원정경기다. KIA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안방에서 두산과 만나 1승2패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하위권인 한화와 롯데를 연파하며 6연승을 달리던 페이스가 급격히 꺾인 순간이었다. 이날 이후 4일간 휴식을 취했으니 1승2패가 더욱 안타까울 만 했다. KIA는 당시 휴식을 앞두고 선발 양현종과 서재응을 1차전과 3차전에 '두번째 투수'로 출격시키는 변칙 작전을 꺼냈지만, 두 경기 모두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주말 3연전은 넥센과의 원정 경기다. KIA는 광주에서 열린 개막 2연전에서 넥센에 1승1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서 난타전 끝에 10대9 승리를 거뒀고, 이튿날엔 KIA 서재응과 넥센 김병현의 광주일고 대전에서 선배 서재응이 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이 좋게 1승씩을 주고 받으며, 역시 광주일고 선후배인 두 사령탑의 맞대결도 무승부로 끝이 났다.
KIA는 첫번째 8개 팀과의 맞대결 중 다섯 번을 '위닝시리즈'로 마감했다. 두 경기를 치른 SK, NC와도 각각 2승, 1승1무로 우위를 점했다. 넘지 못한 팀은 넥센(1승1패) 두산(1승2패) 삼성(1승2패), 총 세 팀이다.
공교롭게도 세 팀은 KIA와 함께 4강을 형성하고 있다. 29일 현재 KIA와 두산이 공동 1위, 삼성과 넥센이 반 게임차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4월 성적이 시즌 끝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네 팀 모두 유력한 4강 후보로 볼 수 있다. 하위권팀을 비슷하게 잡는다 치면, 이들과의 성적이 최종 성적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KIA는 지난 주말 2년 연속 왕좌에 오른 삼성과의 3연전에서 1승2패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중간계투진에서 문제가 생겨 2패를 당했다. 삼성과 극명히 대비된 모습이었다. 강력한 선발에 막강한 타선이라는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KIA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순간이었다.
야구에서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는 속설이 있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 타격 사이클이란 말이 생긴 이유다. 이번 3연전에서도 타선이 아예 못 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 2위(3할9리)에 걸맞지 않은 1할2푼의 득점권 타율로 빈공에 허덕였다.
두산-넥센과의 6연전에 앞서 타격 사이클이 하향세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하향세를 보이자마자 금세 반등할 수도 있고, 기나긴 침체기에 빠질 수도 있는 게 타선이다.
선발진은 분명히 좋다. 에이스 윤석민의 복귀 시점이 불명확한 가운데, 이번주는 소사-서재응-김진우-양현종-임준섭-소사의 순서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이닝소화력이 좋은 소사가 두 차례 등판이 가능하고, 김진우와 양현종의 페이스도 상승세다. 임시선발 임준섭 역시 28일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관건은 삼성전에서 나타났듯, 불펜이다. 최향남-유동훈의 베테랑 계투조로 버텨오던 KIA는 28일을 기점으로 젊은 피를 수혈하며 불펜진 체질 개선에 나섰다.
2군에서 밸런스를 찾은 대졸 2년차 박지훈과 고졸 3년차 한승혁이 그 주인공. 둘 모두 우완투수로 각각 2012년과 2011년 1라운드 지명자다. 지난해 불펜진의 중심이었던 박지훈과 파이어볼러 한승혁이 기대에 부응해준다면, 불펜진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이번 6연전이 그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과 넥센을 만나는 KIA의 험난한 '서울 나들이'. 과연 6연전에서 두 팀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기록할 수 있을까. 잘 하면, 이번 원정길은 초반부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