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선발진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기본적인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 더스틴 니퍼트와 노경은의 원-투 펀치는 공고하다. 김상현도 제 몫을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개릿 올슨은 아직까지 시원치 않다. 다음 주중 등판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투구를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그는 켈빈 히메네스의 갑작스러운 팔뚝 부상으로 두산으로 합류한 올슨은 지난 12일 롯데전에서 갑작스러운 허리부상으로 1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후 꾸준한 재활로 복귀 초읽기 상태다.
26일 마산 NC전에서 선발로 예정됐던 니퍼트도 가벼운 근육통증으로 등판이 28일로 미뤄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가능성 있는 신인 이정호를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한마디로 깜짝 선발이었다. 3년 차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올해 1군에 진입, 두 차례의 실전을 치렀다. 지난 13일 롯데전에서 3⅔이닝 7안타 2실점으로 프로통산 첫 세이브를 올린 뒤, 19일 한화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첫 프로무대 선발이라는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다. 경기 전 많은 부담으로 벤치를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데 이정호는 잘 던졌다.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다.
4⅔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신생팀 NC가 상대였지만, 최근 NC의 타격감은 많이 올라온 상태. 게다가 NC 타자들은 타석에서 정확함과 집중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두산은 8대4로 NC를 눌렀다. NC의 승부처 실책이 승부를 가른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정호의 호투가 없었다면 두산으로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승리투수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그는 5회 갑작스럽게 제구력이 흔들렸다. 첫 선발등판으로 인한 부담감과 오버 페이스가 주요원인이었다. 74개의 공을 던지는 시점에서 그의 제구력과 구위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김진욱 감독의 투수교체는 매우 적절했다.
이정호는 이날 등판으로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단 타자와 싸울 줄 안다는 점,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김 감독은 "경기 초반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기 공을 던진다는 점이 좋았다. 구위와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선수였다"고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다.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두산의 입장에서 볼 때 이정호의 등장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김 감독은 "선발로 기회를 다시 줄 것"이라며 신뢰감을 표시했다. 마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