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잡았어야 하는 경기인데…."
21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부산전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꽃미남' 임상협(25·부산)의 첫마디는 그랬다. 나홀로 2골을 몰아치고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상협은 전반 26분 박종우의 킬패스에 이은 감각적인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10분, 후반 18분 전남 홍진기, 웨슬리에게 연속골을 허용한 후 스코어는 역전됐다. 패색이 짙던 후반 인저리타임, 또다시 임상협의 야무진 발끝이 빛났다. 2대2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었다.
14일 수원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 심지어 멀티골이다. 올시즌 7경기에서 4골을 쏘아올렸다. 최근 2년새 극과 극을 체험했다. 지난 2011년 전북에서 부산 유니폼을 갈아입은 직후 34경기에서 10골2도움을 기록했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K-리그 최강 꽃미남으로 폭발적인 스타덤을 맛봤다. 구름 소녀팬을 몰고 다녔다. 야심차게 시작한 지난해 납득할 수 없는 슬럼프를 경험했다. 39경기에서 3골1도움에 그쳤다.
슬럼프의 원인을 스스로 '부상'으로 진단했다. 올시즌 자신의 컨디션을 살뜰히 챙겨주는 윤성효 부산 감독 아래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뛰었다. 올해는 윤 감독님이 성남전 이후 배려해주셔서 일주일동안 운동 안하고 푹 쉬었다. 울산전에 결장한 후 수원전 을 편한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윤 감독 역시 믿음을 나타냈다. "상협이가 오늘 컨디션이 더 좋았다면 골을 더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분명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윤 감독 부임 이후 그라운드 안팎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지금도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피자를 먹고 있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니 오히려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게 된다"며 웃었다.
극적으로 비기고도, 승점 3점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모양이었다. "집중력을 잃어 결승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후반 내내 화가 난 상태에서 뛰었다"고 했다. 극적인 동점골은 독한 승부욕의 결과였다. 올시즌 '절친후배' 박종우와 4골 중 3골을 합작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날 골을 포함, 박종우의 도움 3개 모두가 임상협을 향했다. 임상협은 "워낙 오래전부터 발을 맞춰왔다. 서로 많은 말을 나누지도 않는다. 장훈고 시절부터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통한다"며 웃었다.
출발이 좋다. 올시즌 목표는 "2011년을 넘어서는 공격포인트"다. 이미 7경기만에 지난해 공격포인트를 넘어섰다. 원정 온 광양전용구장에 "임상협!"을 연호하는 소녀팬들의 함성이 우렁찼다. '꽃미남의 재림'이 반갑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