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파보였다. 괜찮았다."
롯데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은 19일 영웅이 됐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7연패에 빠져있던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21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먼은 "팀 승리에 도움이 돼 매우 기뻤다"고 밝혔다.
승리의 과정까지가 달콤하지 만은 않았다. 7회 진갑용, 8회 박석민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특히 박석민의 홈런이 나오는 순간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홈런을 친 박석민이 타석에서 곧바로 허리를 부여잡았고, 통증으로 인해 매우 천천히 경기장을 돌았다. 유먼은 마운드에서 한참이나 박석민이 홈인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박석민과 유먼은 악연 아닌 악연으로 엮인 사이. 유먼인 지난해 진행됐던 스포츠조선과의 10대1 인터뷰에서 "타석에서 유별난 동작들이 많은 박석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던 바 있다. 그런데 홈런까지 허용하고, 한참이나 마운드에 서서 박석민을 바라봐야 했으니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먼은 쿨했다. 유먼은 "실투였다"고 말하며 "허리에 고통이 느껴지는게 내 눈에도 보였다. 그 순간에는 상대 선수지만 걱정이 앞섰다. 천천히 그라운드를 돈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선수의 부상이 생긴 경우 상대팀에 양해를 구해 그냥 덕아웃으로 들어올 수는 없을까"라는 얘기를 꺼냈다. 결국 박석민은 19일 홈런을 친 뒤 20일 허리통증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